미국 의회가 인터넷 도박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전격 통과시켜 온라인 도박산업의 급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철퇴를 맞은 온라인 도박회사들은 미국 시장에서의 영업손실을 벌충하기 위해 아시아로 눈을 돌릴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번주 중 은행과 신용카드 회사들이 신용카드,수표,전자식 자금이체 등을 통해 온라인 도박 사이트 결제를 허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외신들이 2일 일제히 보도했다. 개인들이 도박자금을 신용카드 등으로 결제할 수 없게 한 것이다. 이 법안은 지난 주말 상하 양원을 통과했다. 이에 따라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새 법률의 시행세칙안을 마련해야 하며 관련 금융회사들은 향후 9개월 내에 거래관행을 수정해야 한다.

미국에서 인터넷 도박 사이트 운영은 1961년 제정된 무선도박법에 의해 이미 금지돼 있다.

이에 따라 온라인 도박회사들은 카리브해,스페인 남단의 지브롤터 등에 사이트를 차려놓고 미국인을 상대로 영업해왔다. 새 법안이 발효되면 미국인들의 도박자금 결제가 불가능해져 미국 도박꾼을 상대로 한 이 같은 편법 운영도 힘들어진다.

USA투데이는 업계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전 세계에 퍼져 있는 2300여개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500개 회사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고 전했다.

미국게임협회에 따르면 이 회사들은 지난해 총 119억달러의 수입을 올렸고 2010년엔 수입이 두 배로 불어날 전망이다.

이 같은 폭발적인 성장세는 주로 미국 시장에 의존하는 것이다.

인터넷 도박회사들이 수입의 60% 이상을 미국에서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법안 통과 소식이 전해지자 2일 런던증권거래소(LSE)에 상장된 세계 최대 온라인 도박회사 파티게이밍의 주가가 60% 급락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0억달러 중 80%를 미국에서 벌었고 올 상반기에도 미국 시장 비중이 전체 매출(6억6200만달러)의 78%에 달했다.

파티게이밍 최고경영자(CEO) 미치 가버는 "부시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면 미국 사업을 접을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온라인 도박산업에 엄청난 충격"이라고 밝혔다.

LSE에 상장된 스포팅벳과 888홀딩스의 주가도 각각 67%와 48% 빠져 이날 하루 주가 급락으로 80억달러가 날아갔다.

포커플레이어연합체의 마이클 볼세렉 사장은 "포커는 2300만명의 미국인들이 즐기는 스포츠로 경마나 복권과 다르지 않다"며 "온라인 포커가 규제받지 않도록 의회의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회사들이 새로운 매출처로 아시아를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아시아 시장의 온라인 도박 규모가 2010년께 현재의 미국 시장만큼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터액티브 게이밍 뉴스의 발행인 수 슈나이더는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살아 남은 회사들은 매출 급감을 만회하기 위해 아시아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