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김근중 탑재1팀 자동용접반장(46)은 명절 때면 식구가 한 명 늘어난다.

김 반장 밑에 있는 외국인 연수생을 집에 데려와 명절을 함께 쇠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에도 그는 4일 근무가 끝나는대로 용접반 소속 루마니아 출신 연수생인 몰도베아누 트라이안(19)과 함께 고향인 전남 강진으로 향할 계획이다.

5일 아침 일찍 함께 성묘를 하기 위해서다.

두 사람은 성묘 뒤 곧바로 김 반장의 모친이 계신 서울로 상경할 예정이다.

트라이안은 김 반장의 6남매 가족과 함께 어울려 명절음식을 만들고 추석인 6일에는 차례도 같이 지낼 계획이다.

차례를 마친 후 김 반장과 트라이안은 서울 남산타워,여의도 63빌딩,노량진 수산시장,한강둔치 등 서울 구경을 한 뒤 7일 옥포로 돌아온다는 일정을 짜놨다.

트라이안은 김 반장과 명절을 같이 보낸 다섯 번째 외국인 연수생.김 반장은 "트라이안은 평소 말이 없고 작업 현장에서도 소극적이라 연수 생활을 잘할지 조금은 걱정을 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몇주 전 군대간 우리 아들과 동갑내기라 다른 연수생보다 애착은 더 크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 반장은 이번 추석연후 중 트라이안에게 한복을 입혀 사진을 찍어줄 생각도 하고 있다고 한다.

내년쯤 트라이안이 루마니아로 돌아갈 때 귀국선물로 줄 생각이다.

김 반장이 외국인 연수생과 함께 명절을 쇠는 것은 2003년 용접반에,지금은 루마니아로 돌아간 슈테판씨(44)가 연수생으로 배속된 게 계기가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매년 루마니아 자회사인 대우망갈리아조선소에서 현지 직원 100명을 뽑아 우리나라에서 기술 연수를 시킨다.

슈테판씨는 한국에 오자마자 동료들과 낚시도 함께 다니고 김 반장의 집안 시제도 따라다니는 등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2003년 추석을 앞둘 때였죠.연휴 때 슈테판이 기숙사에서 할일없이 시간만 보내며 향수병을 달랠 생각을 하니 측은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고향에 같이 가자고 제안했더니 흔쾌히 승낙하더군요.

그 이후 슈테판이 귀국한 다음에도 매년 외국인 연수생을 데리고 명절을 보내게 됐죠."

그의 이런 행동엔 물론 회사의 지원 같은 것은 없다.

그의 말대로 "인간적으로 하는 일"이다.

김 반장은 "외국인 연수생이 명절을 보내고 일터로 복귀하고 나면 과거보다 더 열심히 작업에 임한다"며 "용접반장인 나로서는 매우 좋은 결과"라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