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과학자가 평소에는 세포 생명 유지활동을 돕다가 세포가 손상되면 자살을 유도하는 '두 얼굴' 단백질의 기능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아주대 의대 의학유전학과 정선용 교수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팀과 공동으로 세포 사멸 유도 단백질로 알려져있는 'Bax'·'Bak' 단백질이 사람 세포의 에너지 생성과정에 작용해 세포를 정상적으로 유지토록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일 밝혔다.

정 교수가 공동저자로 논문에 이름을 올린 이 연구 결과는 영국 과학저널 네이처 2일자에 실렸다.

세포가 유해물질로 인해 손상을 입으면 암세포로 변하거나 다른 세포를 비정상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Bax와 Bak는 손상된 세포가 회복되지 않으면 자살을 유도해 인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손상을 입지 않은 정상세포에 대해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세포 내 Bax와 Bak의 발현을 억제하자 정상세포 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성이 줄어들었으며 반대의 경우 증가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에 에너지를 제공하는 공장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연구팀은 이에 따라 Bax와 Bak가 주위환경에 적합한 정도로 세포 내 에너지를 생성토록 해 세포의 항상성을 유지시켜준다고 결론지었다.

정 교수는 "암이나 신경세포의 이상 자살로 발생하는 퇴행성 뇌질환의 발병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이번 연구 결과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영남대 생명과학부를 졸업한 후 일본 도쿄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고 NIH 박사후과정을 거쳐 지난해 9월부터 아주대에서 재직하고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