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고 남자들이 가을을 탄다고 한다.

그러나 가을만 되면 종잡을 수 없이 우울해하는 가을 병은 80%가 여성인 것이 특징인데 햇빛의 양과 일조 시간의 부족이 생체 리듬의 균형을 깨기 때문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잎 지면 한 방울 눈물이 나고 슬픈 영화를 보면 온종일 우울하고…'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노래를 들으면서 서글퍼한다.

우리는 흔히 가을로 접어들면서 종잡을 수 없는 감정 변화를 겪거나 우울해하면 '가을 탄다'고 한다.

이것을 의학적으로는 계절성 정동장애 또는 SAD(seasonal affective disorder)라고 하며 특정 계절에 나타나는 우울증의 일종으로 가을과 겨울에 증상이 악화되다가 봄과 여름이 되면 나아진다.

설상가상으로 추석이 다가오면서 아내들은 명절 증후군에 시달린다.

더구나 이번 추석은 샌드위치 데이까지 쉴 경우 '작은 방학'을 맞아 아내들은 추석 쇠기가 더 두렵다.

차례상 준비와 오가는 친척들 대접 등등 온갖 노동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에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가 쌓인다.

오죽했으면 때맞춰 얼굴만 내미는 친척들이라도 '오면 반갑고 빨리 가면 더 반갑다'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을까….

그런데 엉뚱하게도 남의 아내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앞다퉈 열을 올리는 곳이 있다.

이름하여 '한가위 후 후유증 극복 프로젝트'.이들은 명절 후유증을 호소하는 주부들을 타깃으로 다양한 제품 판촉전을 벌이고 있다.

온종일 서서 음식 준비와 설거지에 퉁퉁 부은 다리와 발을 풀어주고 송편 만들기와 전 부치기로 딱딱하게 굳은 어깨와 목의 통증을 완화시켜 주는 마사지 기구들,며칠 동안 계속되는 손님치레로 음식 만들기에 진저리 쳐지는 주부를 위해 근사한 호텔 식사권,얼굴 마사지니 네일 아트니 하는 미용실에서 호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서비스들….

이쯤 되면 추석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내에게 남편도 뭔가는 해야 하지 않을까? 명절이 끝난 후 쉽게 풀지 않는 아내에게 전전긍긍하지 말고 미리미리 챙기는 게 신상에 좋을 듯.며칠 동안 주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아내를 보면서 남편으로서 거든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주관하는 아내들은 정말 피곤하고 짜증 난다.

요즘 애들 말로 '짱나'.물론 선물로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 짓도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아내의 수고를 남편이 알아 주는 것이다.

'나 당신이 수고하는 거 다 알고 있어'라는 의미를 눈 속에 가득 담아 바라봐 주거나 주방에 들락날락거리면서 아내의 엉덩이를 툭 치고 나가는 것도 애교스러울 것이고,어깨를 두어 번 주물러 주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남몰래 손을 꼭 잡아 주고 나가는 건 어떨까? 누가 볼까 봐 들을까 봐 망설인다면 바보다.

말로 하면 더 좋지.

"당신 힘들지? 내가 이따가 주물러 줄게.이따 봐…" 하면서 플라이 키스(?)라도 날리면 금상첨화.아내는 남편의 말과 행동 하나 하나가 다 박카스가 된다.

남편의 그 한마디로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들라'고 한대도 그럴 수 있다.

피곤은 저리 가고 힘이 팍팍 솟고 콧노래까지 흥얼거린다.

그런데 밤에 아내를 기쁘게 해 주라고 하니까 오로지 밤일인 줄 알고 거시기를 들이대는 바보도 있다.

그저 여자는 그걸로 죽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 못하는 남편들…. 아내가 피곤한데 그게 하고 싶을까?

요즘 아내들은 명절 지난 후 그대로 놔 뒀다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이 되기 쉽다.

자신이 힘들고 어려우나 존중받지 못하고 무가치하다고 느낄 때 가을까지 탄다면 위로받을 곳을 찾아 나서기 십상이다.

'다시 한 번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꿈꾸는 마음이 꿈틀거리기 때문에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아내가 어딘가에 있을 수호 천사를 찾아 나설 때 그 집구석은 콩가루가 된다고 봐야 한다.

아내가 깔깔대며 웃어줄 때까지 쭈욱 재롱을 떨어 보심이 어떨까…?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 대표 (www.성박사.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