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조작 혐의로 외국계 펀드 중 처음으로 기소된 헤르메스에 대해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장성원 부장판사)는 29일 2004년 삼성물산 주식 5%를 보유하던 헤르메스펀드가 일부 언론과 인터뷰를 한 뒤 주가가 오르자 주식을 팔아 73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데 대해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돼 무죄'라고 선고했다.

헤르메스가 인터뷰에서 인수·합병(M&A) 가능성을 거론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가 있다고 금융감독원과 검찰은 주장했지만 법원은 범죄행위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결한 것이다.

재판부는 "당시 펀드매니저였던 로버트 클레멘스의 인터뷰 내용만을 보면 M&A에 치우친 듯한 인상을 주지만 발언 전후를 따져보면 삼성물산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어 경영진이 주식 가치를 높이지 않으면 M&A될 수 있다는 가정적이고 원론적인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클레멘스의 발언은 공지의 사실이던 삼성물산의 M&A 가능성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일반투자자를 속이기 위한 위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헤르메스는 2004년 11월 말 삼성물산 주식 5%를 보유하던 중 한 언론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삼성물산의 M&A 가능성을 언급했고 이 보도가 나간 뒤 삼성물산 주가는 급등했다.

헤르메스는 이틀 뒤 주식 777만2000주를 모두 팔아 약 73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이번 판결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이제는 검찰로 넘어간 사안인 만큼 검찰이 알아서 할 문제며 항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05년 7월 고발 당시 금감원은 고발 사실을 자세히 브리핑하고 범죄를 입증할 물증도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헤르메스측은 "한국 당국(법원)이 공정한 판결을 내린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한국 기업에 대한 지원을 계속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용준·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