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은 "슬로바키아에 공장을 건설하는 등 유럽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기아자동차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유럽보다는 성장 잠재력이 큰 한국 등 아시아지역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곤 회장은 28일(현지시간) 파리 베르사이유 전시관에서 개막된 '2006년 파리 국제 모터쇼'의 르노 프레스데이(언론공개행사)가 끝난 뒤 한국경제신문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주요 언론매체와 별도로 만나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앞으로 진지하게 기아차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면서 "가격 품질 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심각하게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곤 회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아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으로 꼽히는 아시아 지역에 주목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주요 자동차 업체 중 지난 5년간 유럽에 투자한 곳을 본 적 있느냐"고 반문한 뒤 "모든 메이커가 아시아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은 성장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흥미로운 시장(interesting market)으로 상당한 성장 잠재력이 있다"며 "향후 20년을 내다보면 통일이 한국의 성장 엔진이 될 것이며 한국은 거대한 시장(huge market)으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환율급락에 따른 원화 강세는 수출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르노그룹 계열인 르노삼성자동차를 수출 전진기지로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SM3 수출이 워낙 잘 되고 있어 생산 물량 증대 요청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르노삼성을 아시아 지역의 수출 기지로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난항을 겪고 있는 미국 GM과의 연대 문제에 대해 곤 회장은 "아직까지 협상이 진행 중이며 앞으로 3주 안에 최종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나서 3년 만에 헤어지는 관계라면 하지 않겠다"며 "르노·닛산처럼 장기적 연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곤 회장은 "(GM과 협상이 안 될 경우) 다음 상대도 미국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포드를 겨냥했다.

파리=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