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惠淑 < 이화여대 대학원장 hsllee@ewha.ac.kr >

미국의 여성 앵커 케이티 쿠릭이 10년 이상 저녁뉴스에서 꼴찌를 면치 못하던 CBS의 시청률을 단숨에 1위로 끌어 올렸으며,그녀가 뉴스를 단순히 나열하지 않고 매거진 쇼에 가깝게 진행하면서 특유의 푸근함과 섬세함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이 신문이 지적한 대로 여성 특유의 감성과 친화력은 바로 그녀의 인기 비결이며 이는 곧 여성의 힘이다.

위대한 여성의 힘은 이미 모성(母性)을 비롯하여 수없이 증명되었고,객관적 학문이라는 과학기술분야에서도 여성의 시각과 관점,그리고 관심에 의해 그 범위가 넓어지고 발달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이에 과학기술 선진국들은 여성과학자들의 참여율 40%를 목표로 정부 차원의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책연구소의 책임연구원 중 여성의 비율이 1%도 채 안 되는 우리의 현실은 국제 경쟁이 치열한 과학기술 네트워크 속에서 어떻게 비쳐지고 있는지, 또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이는 여성의 전문적 활용 등을 나타내는 권한지수(GEM)에서 한국 여성의 위치가 세계 최하위인 것에서도 증명된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서 여성의 활용도는 12% 수준으로 매우 낮다. 과학기술분야의 여교수 채용률을 들여다보면,전국 대학의 여성 물리학 교수는 30여명으로 전체 물리학과 교수의 2%에도 못 미치고,공과대학의 여교수 비율도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월요일,세계 최초의 여자 공과대학으로 설립 10주년을 맞은 이화여대 공대 기념식에서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장은 축사를 통해 이미 공학(工學)은 여성의 특성인 감성과 섬세함이 요구되는 융합기술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피력하면서 여성의 참여와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 분이 재직하는 공과대학에 여교수가 단 한 명이라는 사실에는 아쉬움과 실망이 너무 크다. 카이스트 기계공학과에 임용된 한 명의 여교수로 인해 여학생들이 용기를 얻고 그 대학의 여학생 진학률도 높아졌다는 사례에서 보듯 인적자원의 확보 측면에서도 이공계 여학생들이 역할모델을 주위에서 찾을 수 있는 환경이 하루 빨리 조성될 필요가 있다.

공과대학 여교수 임용,대기업의 여성 상무 승진,최초의 여성 탄생 등등이 더 이상 홍보거리가 안 되는 세상,시청률처럼 단 기간에 여성의 능력이 증명되는 곳이 아닌 분야에서도 미래를 내다보고 여성이 힘을 발휘할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우리 사회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