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내 '잠룡'들이 내년 대선을 겨냥한 조심스런 '몸풀기'에 나서고 있다.

여전히 민심이반의 울타리에 갇혀 보폭이 자유롭지 못한 예비주자들이 각기 낮은 지지율의 제고를 위한 준비운동에 들어갈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처지가 어려운 만큼 각론은 제각각이다.

김근태 의장은 '뉴딜'에 승부를 걸고 있다.

의장 취임 100일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3%안팎에 머물고 있는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경제문제가 최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김 의장은 기회있을 때마다 "정부와 청와대가 아직 함께 하고 있지 못하지만 힘을 모아서 점차 그 쪽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청와대와 정부를 압박한다.

아울러 김 의장은 의장 프리미엄을 최대한 활용,전국을 돌며 핵심 당원,오피니언리더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정동영 전 의장은 두달여 독일생활을 마치고 다음 달 1일 귀국한다.

정 전 의장은 당분간 대외활동을 자제한다는 방침이지만 그와 가까운 의원들의 소모임이 잦아지는 등 주변 움직임은 사뭇 다르다.

공백기로 인한 지지율 하락에 위기의식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그가 "도와달라"며 지인 1500명에게 친필엽서를 보낸 것을 귀국 후 세 규합에 나서겠다는 의지표현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는 전국적인 민심수렴 행보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천정배 전 법무장관은 여권인사들 중 가장 발걸음이 분주하다.

이미 주요 시민단체를 다 찾았고 지방 민심수렴에도 힘을 써왔다.

당 소속 의원들과의 개별면담도 어느 정도 마친 상태다.

27일에는 국회에서 한·미 FTA 토론회를 공동 주최하고 28일에는 소외계층에 대한 사랑전파를 목적으로 한 '국회 천사운동본부'를 당 기독의원모임과 함께 출범시킨다.

한 측근은 "대권을 향한 의지가 확고한 만큼 앞으로 차별화된 행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쓴맛을 본 뒤 선거캠프 인사들과의 만남 외에 공개활동을 자제해온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일단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다음 달부터 법무법인 우일아이비씨의 고문변호사로 활동하게 된 것이다.

강 전 장관 주변에서는 "당분간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며 호흡조절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연말 정계개편 논의가 예고된 만큼 일단 정치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