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북 군산시의 예산은 4800억원이다.

이 중 시가 자체 충당하는 재원은 1248억원뿐이다.

재정자립도가 26%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전국 하위권이다.

군산에 세워진 산업단지는 텅텅 비어 있다.

군장국가산업단지의 경우 400만평 중 63만평이 분양됐다.

이중 58만평은 2∼3년이 넘도록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지역 소상공인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랐다.

군산지역 최대 번화가였던 창성동 개복동 영화동 등지에는 추석대목을 앞둔 요즘에도 문을 닫는 점포들이 늘고 있다.

옛 군산시청 부지 1300평에 들어선 로데오 건물에 입주해 있던 점포들도 하나둘씩 빠져 나가고 있다.

자연 인구도 줄고 있다.

하루 평균 13명이 군산을 등진다.

이처럼 고사 직전의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군산 시민들에게 단돈 한푼이 아쉬운 실정이다.

사실 군산에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방폐장)만 유치했더라도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었다.

그러나 방폐장은 좀 더 적극적으로 유치에 나선 경주 시민들에게 돌아갔다.

3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정부 지원금과 함께.군산시 5개 대학교수협의회는 방폐장 유치에 따른 생산유발효과가 최소 3조3903억원,최대 22조4818억원이라고 밝혔다.

고용유발효과도 최소 2만9032명,최대 20만5860명이라고 했다.

인구 26만여명의 군산시로선 꿈같은 숫자이다.

방폐장 유치에 실패한 군산시민들이 땅을 치며 아쉬워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수천 명의 성난 시민들은 시민문화회관 앞에서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등의 화형식을 거행했다.

민노당 민노총 등의 흑색선전과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방폐장 유치에 실패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상실감에 빠져있던 군산 시민들에게 최근 또 한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방폐장 유치 실패의 경험을 거울삼아 군산시는 이번만큼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군산시는 최근 직도사격장에 자동채점장비(WISS)를 설치하기 위한 국방부의 산지전용허가 신청을 공식 허가했다.

덕분에 1년 넘게 계속된 찬반 갈등도 일단락됐다.

군산시는 '국가안보 우선'이라는 거창한 이유를 내세웠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이 너무도 급했던 것이다.

정부 지원금 3000억원의 용도도 이미 정해놨다.

예산부족으로 장기 표류했던 고군산도 연결도로 건설 (1200억원) 등도 가능해졌다.

당장 건설경기가 살아나는 것은 물론 주변 상권 활성화도 기대된다.

1조2000억원이 소요되는 군산경제자유지역 지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받아낸 것도 큰 수확이다.

군산시는 앞으로 중앙정부와의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해 후속지원을 이끌어내겠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이 같은 군산시의 결정에 민주노동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문동신 군산시장이 3000억원에 직도를 팔아먹었다"며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와 '괜찮은 거래'를 했다고 믿는 대다수 군산시민들은 더 이상 속지 않을 게 분명하다.

민생 최우선 정치를 외쳐온 민주노동당도 이제 군산 유권자들의 민의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군산시민들의 '뜨거운 맛'을 또다시 보아야 할 것이다.

김수찬 사회부 차장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