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와 방송위원회 등 청와대가 지명한 국가독립기구의 최고 책임자들이 잇따라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고 있다.

청와대의 검증을 거친 인사들도 개인상 이유로 자진 사퇴하거나 해당 기관의 반발을 초래하는 등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25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3대 위원장으로 취임한 조영황씨가 이날 오후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조 위원장은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오늘부로 위원장직을 그만 두겠다"고 말한 뒤 퇴장했다.

국가인권위원장은 3년 임기로 조 위원장은 2008년 4월 퇴임 예정이어서 임기가 반 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3월 2대 최영도 전 위원장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한 뒤 연이은 파행 사태다.

방송위원회도 지난달 23일 이상희 위원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취임 한달여 만에 물러난 데 이어 주동황 상임위원이 지난 23일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제 3기 방송위원회가 출범한 지 2개월여 만에 상임위원 5명 중 2명이 바뀌게 된 것이다.

주 위원은 자신의 신상에 대해 일부 언론이 표적취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사퇴 이유로 들었다.

주 위원은 최근 국회에 배정된 3명 중 열린우리당 몫으로 추천됐으며,주 위원에 대한 인사 검증은 청와대가 맡았다.

방송위가 삐걱거리면서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KBS 이사,EBS 사장과 이사 등의 인사는 모두 기일을 지키지 못했으며 KBS 이사로 선임된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번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지난 4일 교육방송(EBS) 사장으로 선임된 구관서 전 교육부 정책홍보관리실장에 대해서도 25일 EBS 팀장 40명이 보직사퇴를 선언하는 등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EBS노조도 교육부 관료 출신이 사장으로 선임되는 것은 통합방송법의 취지와 EBS의 역사성에 부합하지 않는 인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구 사장에 대한 검증도 청와대에서 이뤄졌다.

이에 따라 전효숙 헌법재판소장의 지명과정을 둘러싼 법적 하자를 놓고 국회 파행이 지속되는 등 청와대의 인사 지명과 검증 시스템에 총체적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여당 안에서도 나오고 있다.

한 방송계 인사도 "중립성이 강조돼야 할 인사가 정치적 이해관계 등에 얽혀 이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재창·이심기·김현예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