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산국제영화제(10월12~20일)에서는 63개 국에서 온 245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그런데 이중에서도 무려 64편의 영화가 세계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 작품이다.

영화 팬들로서는 즐거운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다.

부산영화제가 영화 선택을 고민하고 있는 관객에게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월드 프리미어 추천작'을 꼽았다.

◇아시아영화 추천작-4편(총 39편)

▲'영원한 여름(Eternal Summer)'-레스티 첸, 대만
성장 영화의 틀을 빌린 퀴어 드라마.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쩡싱과 슈헹, 그리고 그들의 여자친구인 후이지아는 대학 입시를 앞두고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겪는다.

쩡싱은 슈헹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고, 슈헹은 후이지아를 사랑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후이지아는 두 사람의 감정을 알게 되면서 갈등한다.

레스티 첸(25)은 현재 대만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감독이다.

▲'아주 특별한 축제(Grand Festival)'-비주 비스와나스, 인도
이상주의적인 영화감독 미스 데사이는 자신의 데뷔작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상영해줄 곳을 찾지 못한다.

좌절한 나머지 자살하려 하지만 그마저 쉽지 않다.

저예산 독립영화를 완성한 감독이 그 작품을 상영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비단 인도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비주 비스와나스 감독의 2001년 작 '데자뷔'도 부산영화제에서 소개됐다.

▲'일루전(Illusion)'-파올로 비야루나ㆍ엘렌 라모스, 필리핀
에로틱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성장 영화. 1958년 청년 미겔은 현대화가인 아버지의 집을 방문했다가 아버지의 누드모델에게 반하고 만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한 미겔은 시치미를 떼고 아버지 행세를 한다.

이 거짓된 관계가 진행되면서 미겔은 아름다움, 욕망, 사랑 등에 관해 깨닫게 된다.

복고풍의 캐릭터와 영상이 에로틱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하얀 아오자이(The White Silk Dress)'-후인 루, 베트남
베트남 여인들의 의상인 아오자이를 향한 헌사 같은 영화. 가난과 억압 속에서도 자존심을 지켜나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로 특히 강인한 여성의 힘에 포커스를 맞췄다.

1950년대 베트남의 호이안. 지주 밑에서 하인 생활을 하던 다우와 구는 주인집을 도망쳐 나와 가정을 꾸린다.

그러나 끝없는 가난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들 가족에게는 엄청난 비극이 이어진다.

◇월드 시네마 추천작-2편(총 52편)

▲'푸른 눈의 평양 시민(Crossing the Line)'-대니얼 고든, 영국
북한에 생존해 있는 유일한 미국인 망명자이자 지난 50년 동안 어떤 외국인과도 접견이 허용되지 않았던 '조 동지'의 이야기. 1962년 남한에 파견됐던 한 미군 병사가 북한으로 망명하는 일이 발생했다.

미국 정부는 미국인 망명자의 존재를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에서 그는 인기 스타가 됐다.

악한 미국인으로 영화에 출연하며 미국에 대한 증오심을 불러일으켰다.

'천리마 축구단'과 '어떤 나라'를 통해 북한의 실상을 사실적이면서도 독특한 시선으로 전달한 대니얼 고든 감독의 다큐멘터리.
▲'꿈의 동지들(Comrades in Dreams)'-울리 가울케, 독일
인도 남부, 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 북한, 미국 중서부 시골마을 등 작고 허름한 단관 영화관에서 필름을 돌리는 영사기사들의 삶과 영화에 대한 애정을 다각도로 그려낸 다큐멘터리. 비록 화려한 현장은 아니지만 이들의 영화를 향한 열정과 꿈은 누구 못지않다.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영화.

◇한국영화 추천작-5편(총 21편)

▲'폭력써클(Gangster High)'-박기형
싸움에 천부적인 자질이 있는 상호는 육사 진학을 꿈꾸면서 모범생의 길을 걷는다.

그는 친구 재구, 창배와 함께 '타이거'라는 모임을 만들어 축구를 즐긴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타이거'는 '폭력써클'로 잘못 알려지면서 가혹한 싸움판에 휩쓸리게 된다.

'여고괴담' '아카시아'를 만든 박기형 감독의 신작. 정경호, 이태성, 장희진이 주연을 맡았다.

▲'열혈남아(Cruel Winter Blues)'-이정범
설경구, 나문희, 조한선 주연. 재문은 소년원에서 만난 민재와 폭력조직에 몸을 담고 운명을 함께해왔다.

그러나 어느 날 민재가 대식에게 살해당하고, 재문은 민재의 복수를 위해 조직의 막내 치국을 데리고 대식의 고향으로 간다.

그곳에서 재문은 허름한 식당을 하는 대식의 엄마를 만나고, 영문을 모르는 대식의 엄마는 재문을 아들처럼 따뜻하게 맞는다.

이정범 감독의 장편 데뷔작.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Driving with My Wife's Lover)'-김태식
강릉에 살고 있는 태한은 아내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겠다며 아내의 애인이 살고 있는 서울로 향한다.

그곳에서 태한은 아내의 애인인 택시기사 중식의 택시를 잡아타고 장거리를 가자고 제안한다.

아내의 애인과의 드라이브가 시작된 것. 치정극의 외양이지만 하층민의 삶에 대한 따뜻하면서도 위트 있는 묘사가 눈길을 끄는 수작. 김태식 감독의 데뷔작이다.

박광정, 정보석, 조은지 주연.
▲'경의선(The Railroad)'-박흥식
손태영, 김강우 주연. 만수는 성실한 지하철 기관사다.

그는 매번 빵과 잡지 '샘터'를 전해주는 여인에게 호감을 갖지만 그녀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만수의 열차에 뛰어든다.

충격을 받은 만수는 휴가를 떠나고 그곳에서 대학강사 한나를 만나 하룻밤을 보낸다.

'역전의 명수'에 이은 박흥식 감독의 두번째 장편.
▲'나의 친구, 그의 아내(My Friend & His Wife)'-신동일
외환딜러와 그의 친구인 요리사 지망생, 그리고 그의 아내. 이 세 사람이 벌이는 치정극이자 소동극으로 에로스와 공포가 뒤섞인 기괴한 이야기다.

신동일 감독은 '신성가족'(2001)으로 칸 국제영화제 단편 경쟁부문, 첫 장편 '방문자'(2005)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 초청됐다.

박희순, 장현성, 홍소희 주연.


◇와이드앵글 추천작-3편(총 55편)

▲'코리안 돈키호테, 이희세(Korean Don Quixote, Lee Hise)'-최현정, 대한민국.
어릴 적 반공웅변대회 스타였던 '나'가 해외 민주투사인 화가 이희세의 삶을 기록한다.

그러나 목적을 가진 만남이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작업이 진행되면서 '나'의 변화가 작품에 드러나고, 한 길을 걸어온 노년 화가의 삶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관계맺음'에 관한 작품. 최현정(27) 감독은 2002년 연출한 '평범하기'로 인디다큐페스티발 '올해의 다큐상'을 수상했다.

▲'강을 건너는 사람들(People Crossing the River)'-김덕철, 대한민국.
한국과 일본 사이에 흘러간 시간, 역사를 걸어왔던 사람들의 길, 그리고 새로운 길을 열어나가려는 양국인들의 만남을 관찰자적 시점으로 그려낸 작품. 재일동포 김덕철 감독은 전작 '건너야 할 강'에 이어 변화하는 한일 양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6년 동안 촬영했다.

▲'우리 학교(Our School)'-김명준, 대한민국.
홋카이도 조선 초중고급학교에 다니는 재일 조선인 3,4세들에 대한 기록. 11년 동안 민족교육을 받은 고3 아이들의 1년 동안의 모습을 차분하게 담아냈다.

일본에서 재일 조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살폈다.

김명준 감독은 재일조선학교 학생들을 다룬 다큐 ''하나'를 위하여'(2003)로 데뷔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