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죽어야 하는 여자'의 두 주인공은 평생 젊음과 미모를 겨루다 결국 거금을 주고 불로불사 묘약을 산다.

약을 마시는 순간 주름은 좍 펴지고 처졌던 가슴은 쑥 올라간다.

영화는 불로불사의 허망함을 보여주지만 진짜 그런 약이 있기만 하다면 사먹고 싶은 여성이 없으리라 장담하긴 어렵다.

아니고서야 세계 모든 백화점의 1층이 화장품 매장으로 가득할 것이며 값 또한 그처럼 치솟으랴.세월은 못속인다던 것도 옛말인지 TV화면 속엔 나이를 알 수 없는 이들이 늘어난다.

젊어 보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피부 또한 뽀얗디 뽀얗다.

잡티 하나 없이 맑고 탱탱한 얼굴은 실로 부러움의 대상이다.

타고난 건지,영양이 좋은 건지,비법이 따로 있는 건지는 알 길 없다.

그런데 화장품 회사들은 이게 신기술과 비싼 재료로 만든 기막히게 좋은 화장품 덕이라고 광고한다.

바르기만 하면 생겼던 주름도 줄어들고 기미 등 거뭇거뭇한 부분도 감쪽같이 사라져 희고 깨끗한 얼굴,세월이 멈춰선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광고를 다 믿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기적이 따로 없다'는데 솔깃하지 않을 사람은 드물다.

화장품의 경우 용기제작비와 광고료를 빼면 원가는 미미하고 품질 또한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가 있는데도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것도 이런 심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비싸면 그래도 제값을 하겠지' 하는.

중국 당국이 일본 제품인 'SK-Ⅱ'에서 성분배합 금지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하면서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청도 관련제품을 검사한다고 한다.

SK-Ⅱ는 TV광고로 유명한 브랜드.이름 때문에 국산으 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실은 수입품이다.

젊고 예뻐지고 싶은 마음을 탓할 순 없다.

그래도 화장품 판매는 광고에 달렸다거나 '한국에선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식의 얘기가 통용되는 건 곤란하다 싶다.

화장품은 불로약이 아니고 제아무리 비싼 것이라도 피부에 따라 반응이 다를 수 있다.

사들인 화장품 가운데 끝까지 다쓴 제품이 얼마나 되는지 이참에 한번 살펴볼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