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惠淑 < 이화여대 대학원장 hsllee@ewha.ac.kr >

지난 주 연세노벨포럼에서 2004년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이스라엘의 치카노베르 박사는 기조강연에서 노벨상을 받으려는 생각을 버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과학을 할 것을 당부하면서 멘토십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하였다.

그는 멘토의 조언으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었고，좋은 과학을 할 수 있었으며 자신이 회의(懷疑)를 느끼거나 새로운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고비마다 멘토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고백하였다.

트로이 전쟁에 나가면서 오딧세이가 멘토라는 친구에게 아들 텔레마쿠스의 교육을 맡기면서 유래된 멘토는 대가(代價)없이 지혜와 신뢰로 한사람의 인생을 조언하고 이끌어 주는 안내자로서 그 영향력은 실로 크다. 멘토와 제자의 관계를 나타내는 멘토십의 대표적인 사례는 설리번 선생과 헬렌 켈러,퀴리 부인과 딸 이레느,그리고 영화 '화인딩 포레스터'에 나오는 고등학생 자말과 작가 포레스터 등과 같이 역사 속에서,우리 주위에서,그리고 영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특히 성공한 경영인들에겐 대부분 좋은 멘토가 있었으며 그들 자신도 대물림해서 좋은 멘토 역할을 한다.

요즘 리더의 중요한 역할은 멘토십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필요한 멘토를 주위에서 자연스럽게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목적을 가지고 조직적으로 멘토를 찾아서 소개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여학생들에게 이공계 진로를 안내하고 지원하는 '와이즈 센터'는 여학생들에게 여성과학자 멘토를 소개해 온라인으로 조언과 지도를 받게 한다. 멘토와 직접 만나지 못하는 한계가 있지만 시간에 쫓기는 여성과학자들이 후배에게 과학자로서의 길 안내에 정성을 쏟아 이들에게 새로운 경력 개발의 기회를 주는 등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여성과학자를 한번도 못 만나본 여학생들이 온라인상에서 멘토를 만나고 때로는 멘토의 직장에 초대 받아 값진 경험을 하기도 한다.

또 조심스럽게 멘토로 봉사를 시작한 여성과학자가 멘토십을 통하여 오히려 자신이 더 성장하고 소속된 조직 내에서 리더십이 크게 함양된 경험을 했다는 얘기를 들으면,가르치면서 배우고 봉사하면서 오히려 귀한 선물을 받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의문과 염려가 있을 때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기꺼이 나누어주고 또한 대화를 통하여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지도록 조언해 주는 좋은 멘토를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큰 행운인가! 구성원들이 좋은 멘토를 만나도록 도와주고 또 좋은 멘토로 성장하게끔 이끌어 주는 학교 회사 기관이 바로 성공적인 조직의 특성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