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백화점들의 명절 선물세트 주연(主演)들이 바뀌고 있다.

웰빙바람이 불기 시작한 2002년까지 조연에 머물렀던 와인,프레시(냉장)육,친환경과일,장류세트가 위스키,냉동육,일반과일,젓갈류세트를 밀어내고 명절 선물세트의 새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냉동육 지고 냉장육 뜬다

대부분 백화점들은 이번 추석을 겨냥,육가공 선물세트 중 65~70%를 프레시육(냉장육)으로 준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002년 3.7%에 불과했던 냉장육 비중을 올초 설 명절에 33%로 늘린 데 이어 이번 추석에는 40%까지 늘려 1만세트를 주문해 놓고 있다.

매출 규모도 4년 새 10배 정도 늘었다는 게 현대백화점측의 설명이다.

롯데 신세계 갤러리아도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했다.

이 같은 추세는 선도가 뛰어나고 영양분이 함유된 육즙이 많은 냉장육에 대한 웰빙수요가 늘면서 유통업체들이 냉장배송 전용차량 등 새로운 냉장배송 기술을 개발한 덕택이다.

박봉규 롯데백화점 축산 바이어는 "지금의 냉장육 소비 패턴을 감안할 때 향후 육류의 소비형태는 100% 냉장육 위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독주(毒酒)·젓갈류 대신 와인·전통 장류

주류문화가 건강과 개성을 중시하는 분위기로 바뀌면서 와인이 독주를 누르고 인기 선물세트로 급부상하고 있다.

4년 전까지 30%를 넘어서지 못하던 와인 선물세트 비중이 이번 추석에는 백화점별로 많게는 70%까지 차지하고 있다.

이상윤 신세계백화점 와인 바이어는 "칠레산,호주산 등 제3세계 와인이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명절 선물세트의 추세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명란젓,창난젓 등 한국인의 대표 조리음식인 젓갈류도 해마다 매출이 감소하면서 그 자리를 전통 고급장류가 대신하는 추세다.

현대백화점에선 명절 선물로 청국장,된장 등 수십만원 고가의 전통 고급장류 선물세트가 첫선을 보인 2003년 설날 이후 해마다 30~40%가량 매출이 신장하고 있다.

◆친환경 과일비중도 급증

2002년 백화점에 첫선을 보이며 선물세트시장에 웰빙바람을 몰고 온 친환경과일 판매량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002년 추석에 처음으로 저농약 사과,배 세트를 선보인 현대백화점의 경우 추석과일 매출에서 친환경 과일상품의 매출은 5%대에 그쳤다.

이후 꾸준히 판매량이 늘어 올 추석에는 최대 45%까지 매출비중이 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