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케팅학회장을 역임한 중견 경영학자 유필화 교수가 첫 시집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교보문고)를 펴냈다.

'일반적으로 현대시는 어렵고 딱딱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말끔히 씻어버렸다'(강우식 시인)는 평처럼 그의 시는 읽기 쉽게 쓰여졌다는 게 가장 큰 미덕이다.

'사랑의 깊이는/무엇으로 알 수 있을까요/사랑을 나눈 시간,철썩 같은 언약/그것은 사량(思量)으로는 헤아릴 수 없습니다//어떤 이는 그러더군요/떨어져보아야 짐작할 수 있다고/헤어져야 비로소 알게 된다고//그러면 나는 대꾸합니다/도대체 그것을 왜 알아야 하느냐고//(중략)/사랑은 깊이가 없습니다/길이도,넓이도,높이도 없습니다/사랑은 잴 수 없는 까닭에'('사랑의 깊이' 중)

현재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부학장으로 재직 중인 저자는 자신의 직업인 교수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진솔한 고해성사를 한다.

'나는 대학교수입니다/학생들은 떠받들어주고/사회인들은 추켜줍니다/(중략)//아는 것도 없으면서 많이 아는 척하고/별것 아닌 것을 대단한 것으로 포장합니다/(중략)//위선과 착각과 자만은 나날이 커지고,/부끄럼과 겸양,진솔은 갈수록/쪼그라듭니다/(중략)//나는 이제서야 깨달았습니다/시작할 때의 첫 마음이/얼마나 아름답고 지키기 어려운가를,/교수가 되는 것은 은(銀)이고/교수로 남는 것은 금강석임을'('나는 대학교수' 중)

부족함이 많은 인간이지만 깨달음에 대한 갈망은 그를 쉼없는 구도의 길로 이끈다.

'무엇을 해도 걸림이 없고,/완벽한 자유를 누린다는/깨달음의 세계/그것은 생각만 해도/벅찬 희망으로 온몸이 부풀어 오릅니다/(중략)//깨달음이 삶의 목표인 한,/나는 외로움과 부러움을 모릅니다/싫증 내지 않고 지루하지 않으며,/두려움도 없습니다/나는 그저 나일 뿐입니다'('깨달음' 중)

유교수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그리고 이 마음을 세상 떠나는 날까지 간직하겠다는 결의를 품고 시를 썼다"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