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중섭 그림 위작 논란에 이어 10억원대의 김환기 작품이 또 위작 시비에 휩싸였다.

문제의 작품은 국내 근·현대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경신 여부로 화제를 모은 김환기 화백의 1964년작 '겨울산'(73.5×115cm).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이 지난 14일 오후 5시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서 개최한 9월 경매에서 추정가 9억~11억원에 출품됐지만 응찰자가 없어 유찰된 그림이다.

위작 논란은 지난 11일 K옥션 경매 프리뷰에서 전문가와 일부 한국화랑협회 회원사 사이에서 '진품이 아닌 것 같다'는 말이 흘러나오면서 시작됐다.

곧 이어 KBS TV '진품명품' 프로그램의 미술품 전문 감정위원인 이숙영 예화랑 대표가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한국화랑협회(회장 이현숙)에 위작 가능성을 들어 재감정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와 관련,한국화랑협회는 K옥션측에 이 작품을 협회 산하 감정기관에서 재감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소장가측이 막판에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대표는 "김 화백의 1960년대 뉴욕 초기 시절 작품은 둥근 곡선이 비교적 얇고 바탕 색깔 역시 다양하게 어우러져 있으며 색을 얹은 느낌처럼 파고드는 색감이 중복돼 특이한 조화미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1960년대 작품들에선 이런 특징이 확연하게 보이지만 K옥션 경매에 출품된 '겨울산'에선 이런 특징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난영 미화랑 대표도 "위작 여부를 떠나 보수를 너무 심하게 해서인지 모든 선과 색깔이 명확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K옥션측의 의뢰를 받아 직접 감정작업을 맡았던 송향선 한국미술품감정협회장은 "이 작품은 예전에 김 화백의 부인인 김향안 여사가 시장에 내다 판 것으로 이미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에서 검증을 받은 진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K옥션측은 경매 전 작품 검증에 참여한 전문가와 미술평론가 오광수씨 등 다른 전문가들도 이 그림을 모두 진품으로 인정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김순응 K옥션 대표는 "일부 화랑 대표가 악감정을 갖고 뜬소문을 퍼뜨리고 있다"면서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