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위원장 김명자)가 17대 후반기 국회 들어 무더기로 제출된 의원 윤리심사안과 징계안 처리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17일 현재 국회 윤리특위에 접수된 의원 윤리심사안은 모두 11건. 징계안 1건을 포함하면 12명의 의원이 국회 윤리특위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후반기 국회 시작 이후 거의 한 주일에 한 건 꼴로 의원들이 윤리위에 회부된 이유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모두 `골프 파문'으로 물의를 빚은 데다 상임위 내 각종 청문회 등을 거치면서 양당의 신경전이 과열됐기 때문.
한나라당이 `수해 골프'로 물의를 빚은 우리당 이호웅(李浩雄) 안영근(安泳根) 신학용(辛鶴用) 한광원(韓光元) 의원을 제소하자 우리당은 `군부대 골프'로 물의를 빚은 한나라당 김학송(金鶴松) 공성진(孔星鎭) 송영선(宋永仙) 의원을 제소했다.

이호웅 전 의원은 지난 14일 불법 정치자금 수수혐의로 집행유예가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또 김병준(金秉準) 전 교육부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우리당 정봉주(鄭鳳株) 의원이 한나라당 박재완(朴宰完) 이주호(李周浩) 의원에 대해 `논문 중복 게재' 의혹을 제기하자 두 의원은 정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했다.

이어 우리당이 지난 5일 사행성 게임 `바다 이야기' 파문과 관련해 게임 업체 후원으로 미국 게임박람회에 다녀온 한나라당 박형준(朴亨埈) 의원을 자당 소속 김재홍(金在洪) 의원과 함께 제소하자 한나라당도 `맞불 작전'을 폈다.

당시 게임박람회에 보좌관이 참석한 우리당 정청래(鄭淸來) 의원과 당시 국회 문화관광위원장이었던 같은 당 이미경(李美卿) 의원에 대해 `미국 출장에 관여한 정황이 있다'며 윤리심사안을 제출한 것.
이에 맞서 정청래 의원은 "허위사실을 유포해 본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한나라당 `권력형도박게이트 진상조사특위' 조사단장인 이주영(李柱榮) 의원을 윤리특위에 제소했다.

국회 윤리특위는 오는 30일까지 당사자들의 해명자료를 받은 뒤 윤리심사안과 징계안을 심사할 계획이지만 자주 얼굴을 맞대는 동료의원을 심사해야 하는 데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어 고심하는 분위기다.

김명자(金明子) 위원장은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면서도 양당의 전략과 방침의 충돌에 따른 문제도 분별해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된다"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주변의 조언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제까지 적금(동료의원들의 인심) 든 걸 다 털어야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는 농담으로 부담감을 내비치면서도 "하지만 피하지 않고, 치우치지 않은 합리적인 결론을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