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농업ㆍ산업혁명을 거쳐 도달한 정보화시대도 벌써 의미가 퇴색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창조력과 집중력이 필요한 시대죠."

세계 경영학계의 3대 석학으로 꼽히는 미국의 톰 피터스 박사(63)가 방한,기업 CEO와 임원 1000여명을 상대로 변화와 혁신을 역설했다.

14일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주관으로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그의 강연 제목은 '상상을 경영하라'였다.

피터스 박사는 "강연을 다녀보니 시베리아 같은 곳에서도 새로운 질서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질문이 많았다"며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화두를 꺼냈다.

그는 최근의 경영환경 변화가 눈부실 정도라며 '26분마다 새 공장이 가동되고 43시간마다 외국계 연구소가 문을 여는' 중국을 예로 들었다.

또 1917년 처음으로 선정된 미국의 100대 기업 중 유일하게 GE만이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발빠른 변화능력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30여년간 GE 컨설팅을 맡아왔다.

피터스 박사는 한국의 경우도 50년대 100대 기업 가운데 2004년까지 살아남은 곳은 7개뿐이었다며 "미국과 한국 기업의 생존 통계가 사실이라면 기업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과감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들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지만 변화 없이는 어차피 죽게 돼 있다"며 앞으로 CEO가 할 일은 변화하지 않는 기업을 안락사시키는 'CDO(Chief Distruction Officer-최고파괴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터스 박사는 "미국의 생산성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서 나오는데, 한국 경제는 대기업 위주로 수익성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는 "믿기지 않는다"며 우려했다.

경제자원 중 가장 가치 있는 것으로 '창의력'을 꼽은 그는 "사회와 교육구조가 오히려 창의력을 말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를 예로 들며 "우리 역사책에 나오는 사람치고 당시에 정상인으로 취급받은 사람이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기 위해 괴짜가 필요한 시대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피터스 박사는 이제 새로운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개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잘나가는 기업일수록 빨리 치매(senility)에 걸려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혁신적인 생각을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묵은 생각을 버리는 것입니다.기존의 성공한 요인들을 빨리 잊어버릴수록 좋습니다.과거의 성공요인은 더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인이 된 후 줄곧 실리콘밸리에 살았다는 그는 70년대만 해도 사과농장이었던 곳이 경제심장으로 변하는 걸 보고 기업가 정신에 대한 종교적 믿음이 생겼다고 회고했다.

"세상은 혁신적 기업가들에 의해 드라마틱하게 변해갈 것입니다.그런면에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가 정신만큼 소중한 게 없죠."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