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오는 19일 미국 코리아소사이어티의 '밴플리트상' 시상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13일 비밀리에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 관계자는 14일 "이 회장이 어제 오후 1시 부인 홍라희 여사와 함께 김포공항에서 전용기편으로 출국해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후 미국 뉴욕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회장은 오는 19일 뉴욕 맨해튼에서 열리는 '밴플리트 상' 시상식에 참석하며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등 가족들과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학수 그룹 전략기획실장 등 그룹과 계열사 경영진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이번주 말과 다음주 초에 출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회장은 현지의 삼성 사업장 방문과 미국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와 면담 등을 위해 당분간 미국에 체류할 예정"이라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미국내 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삼성은 이 회장의 출국이 '도피성'이 아닌만큼 언론에 사전 공개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그룹 전략기획실 관계자들은 물론 대부분의 공항당국자들도 사전에 일정을 모를 정도로 비밀리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그의 출국 의도와 조기 귀국 여부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당면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배정 의혹을 둘러싼 수사와 국정감사 등을 피하기 위해 '신병치료' 등을 명분으로 장기간 미국에 체류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비자금 조성 등에 관해 검찰 수사를 받는 와중에 검찰에 사전통보 없이 전격 출국했다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고 결국 구속된 사례에서 보듯 이 회장이 검찰의 수사를 피하기 위해 미국에 장기체류할 경우 비난여론과 함께 검찰의 강경대응이 예상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뉴욕 행사 기간에 현지 특파원들과 만나기로 예정돼 있어 그 이전에 출국 시점을 굳이 알려 언론과 접촉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추왕훈 기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