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양국 간 갈등 소지가 많은 정치·군사 분야보다는 오히려 경제 통상 쪽에서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여지가 더 많다.

협상팀 내에서도 이번 회담의 경우 정치·군사 분야가 '잘해야 본전'이라면 그나마 경제 쪽이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는 분야라는 시각이 강하다.

실제로 주요 회담 의제 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정도가 노 대통령이 부담 없이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얘기할 수 있는 내용이다.

정부 당국자도 "최근 시애틀에서 열린 3차 협상이 사실상 결렬에 가까운 결과를 내놓으면서 교착 상태에 빠진 만큼 양 정상의 '힘 실어주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회담 시간의 절반가량인 오찬 내내 FTA 문제가 주된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다.

노 대통령은 이를 통해 미국 정부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FTA 추진 의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차단하고 한·미 동맹이 군사·정치 분야에서 FTA를 통한 경제공동체로 격상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할 계획이다.

노 대통령은 13일 미국 경제계 인사들과의 오찬 간담에서도 한·미 FTA에 대한 한국 정부의 추진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 재계가 FTA 등 경제 현안에 관한 노 대통령의 입장을 지지하며,특히 한국이 미국의 비자면제 프로그램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점도 노 대통령으로서는 고무적이다.

미국 상공회의소와 한·미재계회의는 특히 노 대통령에게 전한 서한을 통해 포괄적이고,경제적으로 의미있고,호혜적인 FTA 협상을 강력히 지지하며,한·미 FTA를 추진하는 노 대통령의 리더십과 양국 간 유대를 강화하려는 의지를 높게 평가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과의 접견에서는 한·미 FTA 외에 최근 한국의 출자 지분 확대로 발언권이 높아진 국제통화기금(IMF) 개혁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정부 당국자는 "일부에서 가능성을 제기했던 대북 금융제재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