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로는 앞으로 20년 이내에 바닷물 아래로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한다.

인근의 다른 섬들도 같은 운명이다.

해수면 아래의 네덜란드도 점차 둑을 높여가고 있는 중이다.

극(極)지방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갈수록 상승하기 때문이다.

히말라야에 위치한 부탄왕국은 산맥의 빙하가 녹아내려 홍수로 휩쓸릴 것이라는 비극적인 전망이 얼마전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렸다.

결빙된 빙하가 녹는 것은 지구의 온난화 탓이다.

그렇다면 온난화의 주범은 무엇인가.

자동차배기가스,공장매연,프레온가스 등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다.

이산화탄소만 잡아두면 우리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지구의 온실화는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산화탄소의 천적으로 전혀 예상치 않았던 철이 각광을 받고 있다.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쇳가루를 뿌리면 플랑크톤의 번식이 수십배 왕성해진다는 것이다.

철분이 플랑크톤의 주된 영양소인 까닭이다.

철을 활용하면 이산화탄소 증가량의 15%를 제거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철을 이용해 지구 온난화를 막아보자는 최초의 제안자는 해양학자인 존 마틴이었다.

그는 "철 반 탱크만 주면 지구를 빙하기로 만들어 주겠다"는 의욕을 보이며 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여러 학자들이 실제 바다에서 실험을 하면서 철과 플랑크톤의 관계를 증명해 낸 것은 큰 소득이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철분이 플랑크톤을 먹어 치우는 해파리의 번식을 가져올 수 있는데다 미생물을 번식시켜 바다의 산소공급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속속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지구의 온난화를 철로 막아보자는 연구는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남극에서 쇄빙선을 타고 한국해양학자가 최초로 참여한 국제연구가 진행됐고,태평양의 마셜군도 지역에서도 대규모 실험이 시도되고 있다.

'철'로 키운 플랑크톤이 지구 온난화를 막는 효자가 될 수 있으지는 좀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