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태 정보통신총괄 사장,황창규 반도체총괄사장,최지성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 등 삼성전자의 '트로이카 CEO(최고경영자)들이 연일 국내외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이들은 최근 경쟁이라도 하듯 최고 수준의 기술을 앞다퉈 선보이는가 하면,굵직굵직한 실적들도 잇따라 엮어내며 삼성전자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 3명의 CEO는 특히 '밴플리트상'을 받기 위해 이번주 말께 미국으로 출국하는 이건희 삼성 회장을 수행해 북미지역 사업장 순방과 현지전략도 함께 점검할 예정이다.

세 사람이 이 회장의 해외 방문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회사 내부에서는 이들 '트로이카 CEO'가 유난히 목표의식이 뚜렷하고,서로에 대한 선의의 경쟁심도 강한 만큼 미국 현지에서 예기치 않은 발표가 나올 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지난달 초 미국 통신사업자인 스프린트와의 전격적인 제휴로 순수 국산 기술인 와이브로를 미국 기간통신망에 제공하게 된 이기태 사장의 경우 이번 방문을 통해 앞으로 미국 현지에서 펼쳐질 삼성의 정보통신 혁명을 자세하게 브리핑할 예정이다.

이 사장은 특히 지난달 제주도에서 열린 행사에서 4세대(4G) 이동통신 기술을 공개 시연하는 데도 성공해 차세대 리더로서의 입지를 굳혔다는 평이다.

와이브로 세계화를 통한 'IT 입국론'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이 사장은 투박한 성격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꼼꼼하고 집요하다.

지난해 구미사업장 내 재고창고에서 새벽 2시까지 야간회의를 강행군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 사장은 저돌적인 추진력을 트레이드 마크로 삼고 있지만 요즘에는 내부 임직원들을 자상하게 챙기며 '부드러운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난 11일 낸드플래시메모리의 얼개 자체를 바꾸는 'CTF(Charge Trap Flash)'라는 신기술을 발표,세계 반도체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황창규 사장도 이기태 사장 못지 않은 업적을 쌓아 차세대 리더를 바라보고 있다.

황 사장은 메모리 집적도를 1년에 두 배씩 증가시킨다는 '황의 법칙'을 7년 연속 입증했을뿐만 아니라 2000년 초 도시바의 합작 제의를 거절하는 리스크를 안고서 낸드플래시를 명실상부한 세계 1위 제품으로 키워냈다.

11일 신기술 발표회에선 '플래시토피아'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달변에다가 탁월한 브리핑 실력을 갖고 있지만 내부 회의에선 주로 듣기만 하는 스타일이다.

테니스 골프가 수준급이며 해외 바이어를 상대로 한 영업실력 또한 발군으로 알려져 있다.

수익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디지털미디어 분야에서 지난해까지 적잖은 마음고생을 했던 최지성 사장도 올 들어 결실을 일궈내고 있다.

'로마' '보르도' 등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디지털 TV 브랜드를 앞세워 세계 최강 소니의 '브라비아'를 꺾는 개가를 올렸다.

최 사장은 뿐만 아니라 MP3플레이어와 디지털프린터 등의 분야에서도 쾌속진군을 거듭하고 있다.

이달 초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영상미디어 전시회인 'IFA 2006'에선 개막 기조연설자로 나서 2010년 이후 디지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디지털 붐'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해 주목받기도 했다.

이기태-황창규 사장에 비해 사장 승진이 늦었지만 빈틈없는 업무 처리와 강한 승부욕으로 진작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1980년대 후반 유럽에서 반도체 영업을 하면서 1000쪽에 달하는 반도체 이론서를 달달 외우고 다녔던 일화를 갖고 있다.

최근 이들의 활약상과 관련,한 직원은 "3인의 CEO들이 최근 대형 사건(?)을 연이어 터뜨려 조직이 활기를 띠고 있다"며 "선의의 경쟁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회사의 성장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내에서는 이들이 엮어가는 경쟁스토리가 어떤 결말을 낼지 사뭇 궁금해 하는 분위기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