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작가 박인성씨(50)가 자신의 대표작 14편을 한데 묶은 소설집 '호텔 티베트'(삼우반)를 펴냈다.

데뷔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박씨를 아는 일반 독자들은 많지 않다.

등단 이후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그가 지금까지 내놓은 20여편의 작품은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데뷔작인 '迹,소리·빛'이 많은 대학의 문학강의에서 텍스트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평단과 소수의 독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에 대해 김윤식 교수를 비롯한 평론가들은 작가의 독특한 문체미학을 꼽는다.

치밀하고 정교한 묘사를 바탕으로 존재의 아픔들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밀도 높은 문학적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

'세월이란 묘한 것이었다.

흐르면서 과거가 되어 점차 어둠의 저편으로 사라져 가다가도,어는 순간엔가 그 아련한 과거의 한 때가 바로 등 뒤에서 불러세웠다.

도시의 어두운 골목길에서 그 과거를 돌아서 보게 될 때면,향수가 다가왔다.

그러나 막상 과거를 향해 손을 내밀어 붙잡으려 하면,지나간 시절들은 쉽게 거머쥘 수 없는 추억으로 멀어져 가곤 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어쩔 수 없는 안타까움이 끼어들었다.'('밤바다 불빛' 중)

이러한 문학적 특징이 '읽기'를 자칫 지루하게 할 수도 있지만 작가의 작품 전체의 통일성을 부여하는 요인이 된다.

작가는 "단편 하나를 읽고 나서는 한 5분이라도 '멍'한 상태에 빠지면서,눈을 감게 만드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

그런 작품을 내내 쓰고 싶었으나 아직도 못 쓰고 있는 독자로서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