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발전소를 해외에 수출할 때도 안전성 확보가 관건이다."

"원자력의 르네상스를 위해선 체계적인 인재 양성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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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사가 12일 서울 팔레스 호텔에서 개최한 '원자력 산업 발전을 위한 산(産)·학(學)·연(硏)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한국 원전 기술의 안전성은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러나 원전 수출을 위한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안전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보다 확대하고 인적 실수를 최소화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참석자들은 또 최근 고유가 시대를 맞아 원전의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는 만큼 제2의 '원전 붐'에 대비한 인력 양성 체계를 정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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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좌담회에는 박군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신원기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이문기 과학기술부 원자력국장,이중재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참석했다.

좌담 내용을 요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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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 >

박군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신원기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
이문기 과학기술부 원자력국장
이중재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이문기 과학기술부 원자력국장=원자력 안전은 무형의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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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안전 문제는 여러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

국내 원전의 안전 수준에 대한 평가 중 가장 중요한 게 선진국에서 어떻게 보느냐이다.

최근 한국은 원자력안전규제자협의회 회원으로 가입했고,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중심으로 한 폐기물협약 등에서는 최상의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 원자력 안전 관리체제는 굉장히 잘 짜여졌다고 본다.

미국은 주로 공무원들이 맡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행정적 책임은 과기부에서 담당하지만 안전기술원이라는 전문 고급인력 기관이 25년간 계속 안전 업무에 종사하다 보니 전문성이 굉장히 축적됐다고 믿고 있다.

국내 원전의 안전 수준에 대해 평가해 달라.

△이중재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원자력 안전은 몇 가지로 구분된다. 물론 궁극적인 목표는 원전에 사고로 인한 방사선 유출을 막는 것이다. 이는 원전에서 나온 것도 있지만 다른 방사선 분야에서 나온 것도 있을 수 있다.

원전을 책임지고 있는 한수원은 방사선 방재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모든 목표를 안전에 두고,윤리강령을 제정해 원전 운전시에도 행동의 기준으로 삼아서 투명하게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원전 운영 인력도 6조 혼합 교대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6조 중 3조가 하루 8시간씩 교대근무를 하고 있으며 나머지 3개조는 휴식,교육,점검지원조로 각각 나뉘어 운영된다. 과거에는 4조3교대제 또는 3조3교대제였지만 안전 문제 때문에 이렇게 바꾼 것이다.

물론 점검할 분야도 많다. 주기적인 안전성 점검뿐만 아니라 확률적 안전성 검토,법적 정기검사 등 각종 안전점검을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

△신원기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우리나라 원전 시설 운영상태는 세계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발전소가 정지하는 횟수도 세계적으로 굉장히 적은 편이다.

기계나 장비의 성능에 대해서는 상당히 보장할 수 있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인적인 실수다. 발전소가 워낙 정지되지 않기 때문에 운전원들이 기계를 갑자기 정지했을 경우 뒤처리 수습 작업에 미숙할 수 있다.

이 같은 인적 실수를 막기 위해 여러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발전소에 대해 1차계통에만 관심을 쏟았지만 원자력 발전소의 운전 정지가 일어나는 주요 요인이 2차계통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또 현장에서 직접 밀착해 검사를 많이 하고 있다.

아울러 확률론적인 위험도 정보를 이용해 위험성이 큰 시스템에 대해 규제를 집중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국장=안전에 관한 또 한 가지 주제는 원자력 안전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는 일이다. 다른 분야는 정부와 관련 기관들이 열심히 운영하거나 작업하면 그만이지만 국민의 인식은 그렇지 않다.

원자력 안전에 대한 국민의 전반적 의식이 높아졌지만 아직 현실과 괴리되는 측면이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신 원장=원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서는 국가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려면 일단 국가가 신뢰를 받아야 한다.

원전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정확한 홍보도 보다 체계적으로 꾸려가야 한다.

△이 국장=원자력도 종합과학기술이기 때문에 정보기술(IT) 접목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원자력 분야는 여타 분야에 비해 굉장히 보수적이어서 다른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상대적으로 더딘 것 같다.

원자력 안전에도 과감하게 새로운 정보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박군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IT기술은 지금 상당히 접목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부딪치는 벽은 역시 안전 종사자들의 보수성이다.

우리는 항상 입증된 기술을 받아들이는데 이건 속된말로 하면 구닥다리 기술이다.

1950년대에 사용하던 장비를 그대로 쓰는 경우도 있다.

기술을 도입하는 데 상당히 장벽이 있다.

△이 사장=원자력쪽은 화력발전보다 기술 도입 속도가 느리다.

화력에서는 쓰다가 일부 문제가 돼도 큰 문제는 없지만 원자력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속도는 늦지만 IT기술이나 나노기술(NT) 등이 차츰 도입되고 있다.

그런 효과가 최근 원자력 이용률을 높게하는 바탕이 되고 있다.

△이 국장=인적 실수가 치명적 사고로 가는 주 요인이라고 했다.

과거에는 좋은 인재들이 원자력 분야에 많이 모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들었다.

앞으로 원자력 인력의 양적·질적 수준 제고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양적인 면에서는 약간 공급 과잉이고,질적 측면에서는 젊은 고급 인력 유입이 안 되는 것 같다.

이에 대한 좋은 해법이 있나.

△신 원장=시스템 노후화는 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에 기준대로 검토하면 문제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인력의 노후화 문제에 신경써야 한다.

젊은 사람들이 원자력 분야에 참여하지 않는 것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전문성을 갖춘 고령 인력들이 좀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 봐야 한다.

외국은 엔지니어들이 나이가 많다고 바로 퇴임시키고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

△이 사장=미국은 체르노빌 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소를 더이상 세우지 않겠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원자력 산업 자체가 침체돼 있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미국에서 원자력 발전 건설을 재개하려 해도 사람이 없었다.

최근 각국에서 자원을 무기화하고,환경 문제 등으로 화석 에너지 이용이 힘들어져 당분간은 원자력밖에 대안이 없지 않나 생각한다.

원자력의 르네상스에 대비해 원자력 관련 인력 양성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박 교수=근본적인 원인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핵심은 연구 인력이 늙어간다는 것이다.

원자력 관련 업체들이 박사학위자만 뽑고 있는데 이들은 젊어야 32살이다.

그것도 임시직으로 뽑는다.

박사학위를 마친 사람한테 임시직으로 입사하라고 한다면 과연 이들이 취직할지 의문이다. 박사 학위자만 뽑을 것이 아니라 학사 석사 등도 적정 비율로 뽑아야 한다.

△이 국장=최근 원전 수출이 화두가 되고 있다.

동남아 등지에 원전을 수출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원전을 수출할 때는 우리나라의 원전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원전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나라에서는 과연 국민이 원전의 안전성 문제에 동의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사장=원전을 수출하려면 수입 국가의 경제여건과 우리 제품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발전소 용량이 그 나라 계통 규모에도 적합해야 한다.

당분간은 수출하려면 기술자와 같이 나가야 하는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운영실적이 좋으니까 안전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상대국에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신 원장=안전성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그렇게 하려면 제일 중요한 게 규제제도를 갖추도록 해서 자립적으로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규제제도 자체도 다른 나라에 비해 뛰어난 점이 있기 때문에 수출해야 한다.

△박 교수=원전 수출이 지금 상황에서 과연 가능할까 의문이 든다.

지금 세계 원전 수출 시장은 도시바 등 일부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밴더가 없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국가가 주도하고 있다.

원전 수출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

그러려면 보다 미래지향적인 규제제도가 확립돼야 한다.

과거의 규제 마인드로는 절대 경제성을 얻을 수 없다.

정리=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사진=김정욱 기자 ha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