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먼델 컬럼비아대 교수는 "아시아 지역 공동통화가 탄생한다면 유럽식 단일통화 모델은 적합하지 않다"며 "공동통화가 탄생하더라도 바스켓 형태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11일 말했다.

먼델 교수는 이날 연세대에서 열린 '연세 노벨포럼'에서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에 따른 지역단위 공동통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아시아의 경우 중국 일본 등이 자국통화를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게 분명한 만큼 일본의 엔화,중국의 위안화,한국의 원화등을 바스켓 형태로 연계하는 공동 통화지역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먼델 교수는 "다만 한국 입장에서 봤을 땐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 틈새에 끼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역단일통화체계가 유리한지 확실치 않다"며 "보다 넓은 지역을 포함하는 글로벌 통화 체계가 나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아시아 지역통화에 대한 대안으로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를 포함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단일 통화체계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먼델 교수는 최근 세계 경제의 중요한 트렌드로 △글로벌화 △정보기술(IT) 혁명 △유럽 단일통화 탄생 △중국의 부상 △미국 중심의 신질서 등을 꼽았다.

그는 "글로벌화는 냉전시대의 종식으로 가능해졌으며 이로 인해 부와 정보가 부자 나라에서 가난한 나라로 이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먼델 교수는 "냉전 종식 후 미국 중심의 '팍스 아메리카나' 질서가 형성됐고 이에 대응하려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권력균형이 형성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 미국의 불어나는 쌍둥이 적자 등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선 보다 개선된 국제통화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200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워드 프레스콧 미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먼델 교수의 아시아지역통화 제안에 대해 "아시아 지역경제가 조만간 유로화 지역이나 미국 달러화지역처럼 커질 것인 만큼 단일통화 탄생의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는 다만 "원화를 연계(페그)시키기 위해선 건전한 금융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건전한 금융시스템이란 중앙은행의 독립,탄탄한 재정정책,잘 규제된 은행시스템 등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프레스콧 교수는 "그동안 한국 경제를 관찰해본 결과 금융시스템이 탄탄하다고 판단된다"며 "이제는 저출산과 노령인구 증가 등 향후 문제들에 대해 미리 대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