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한지(Rice paper)를 소재로 한 새로운 경향의 미술작품들이 국내외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한지를 재료로 한 추상화를 비롯해 조형,부조,콜라주 등의 작품이 독창적인 화풍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

함섭 전광영 임효 정종미 이미연 원문자 양상훈 김광윤 이건희 윤미란 등 20여명이 이 같은 경향을 대표하는 작가들이다.

참신한 표현 기법으로 미국을 비롯 유럽 홍콩 등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작품가격도 국내보다 최고 2배 정도 높게 거래된다.

올들어선 국내시장에서도 작품 값이 30% 이상 올랐다.

○줄 잇는 전시=한지 추상화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함섭씨(64)는 종이를 물에 담갔다가 찢고 두들기고 짓이긴 뒤 화폭에 겹겹이 쌓아올려 화면에 다시 붙이는 형식으로 작업을 한다.

함씨는 최근 홍콩 카이퐁힌 아트갤러리와 전속계약을 맺고 초대전(10월10~26일)을 갖는다.

뉴욕 맨해튼 킴포스트 갤러리(21일까지)에서 전시회를 갖고 있는 전광영씨(62)는 책이나 벽,문,창문 등에서 모은 수만 개의 작은 한지조각을 평면에 섬세하게 이어붙여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한지를 붙이고 뜯어내는 '콜라주와 데콜라주 기법'으로 화면을 구성하는 파리국립미술학교 출신 작가 이미연씨(53)는 서울 경운동 장은선 갤러리에서 갖는 개인전(13~23일)에 30여점의 근작을 내놓는다.

임효씨는 물기가 마르는 정도에 따라서 도침(두드림)으로 한지에 천연염색을 풀어 다양한 색깔을 만들어 화폭에 담아내는 작가로 다음 달 19일 개막하는 스위스 취리히 아트페어에 10점을 출품한다.

해체와 종합이라는 대비적 방식으로 추상화를 그리는 원문자씨(55)는 다음 달 열리는 마니프 아트페어에 작품을 내놓는다.

한지를 이용한 부조 조각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양상훈씨(53)를 비롯 한지의 물성에 여성 이미지를 결합시는 정종미씨(49),박지윤,함순옥,최창홍,임영조,이지현 등도 내년에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가격 추이와 전망=함씨 작품은 1998년에 점당(이하100호 기준·162×130cm) 1200달러였던 것이 최근 2만달러까지 치솟았다.

전광영씨의 '집합'시리즈는 작년보다 2배 높은 7000만~1억원을 호가하며 최근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 1점이 팔렸다.

또 20만달러(약 2억원)짜리 초대형 입체작품 '심장'은 영국 최고의 미술관인 '테이트 모던'에 판매를 협의 중이다.

정종미씨의 '종이부인' 시리즈는 최근 점당 2000만원에,원문자 이미연 임효씨 작품은 1000만~1500만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이 밖에 양상훈씨 작품은 지난해 점당 500만~700만원 하던 것이 올들어 1000만원까지 뛰었다.

한지를 활용한 공예작품을 만드는 리사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 부인은 "전통 한지를 소재로 한 작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한지라는 색다른 소재와 서양의 형식적 미학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감성을 자극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외국인들이 선호하고 있어 앞으로도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