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중심 톈안먼광장.이곳엔 요즘 장사진이 펼쳐진다.

긴 행렬이 향하는 곳은 광장 남쪽 끝에 있는 마오쩌둥(毛澤東) 국가주석의 기념관.9일은 마오가 사망한 지 30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의 시신이 영구안치된 기념관에는 저마다 하얀 국화를 든 경건한 차림의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시내 서점에는 마오에 관한 책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계획된 마오 30주기 행사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일주일에 한 번 화요일에만 개방하던 기념관을 한 달 동안은 매일 연다는 것과 그가 태어난 후난성 샹탄시 외곽 사오산에 '마오쩌둥 문물관'이 지어진다는 게 전부다.

하긴 마오쩌둥은 역사의 한켠으로 밀려나는 듯하다.

상하이에서 출간된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마오에 대한 서술부분이 대폭 줄었다.

대신 빌게이츠나 JP 모건이 등장했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마오가 생전에 철저히 배격했던 공자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게 좋은 예다.

마오는 문화혁명 당시 공자사당을 부수는 등 사실상 공자를 '참시(斬屍)'했었다.

하지만 요즘 중국정부는 반대로 공자를 화려하게 부활시키는 중이다.

국내외에 공자학교를 열고 유교사상 학습을 다시 장려하고 있다.

유교가 가르치는 충과 효,그리고 중용의 사상이 지금 시대에 왜 필요한 것일까? 이는 마오의 그림자를 지우려는 중국정부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정부의 최대 고민은 소득의 불균형이다.

13억인구중 9억명이 농민이고 그 농민의 대다수가 빈곤한 삶을 살고 있다.

빈부격차에 대한 이들의 불만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지만 빈부격차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는 소문이 심심찮게 들린다.

그런 점에서 마오는 중국정부에 부담스러운 존재다.

마오 시대를 상징하는 투쟁이라는 말 대신 기존의 질서에 순응하는 '충과 효'는 그래서 강조되고 있는지 모른다.

혁명이 아니라 갈등을 스스로 소화해내는 중용의 사상이 필요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마오쩌뚱 사망 30년을 맞은 중국은 이제 그를 조용히 끌어내리려 하고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