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리더는 자기 영역을 지키기 위해 정기적으로 2인자를 공격한다.

또 암컷 사자가 애써 먹이를 사냥했어도 시식은 우두머리 수컷 차지다.

동물 세계 저 쪽에선 코끼리가 호랑이를 밟아 죽이는 경우도 있고 개구리가 뱀을 잡아먹기도 한다.

종(種)을 떠나서 강한 놈이 최고가 되는 게 정글의 법칙.

이런 생존본능은 1인자가 되려고 끊임없이 애쓰는 인간의 권력탐구 욕망과 다르지 않다.

실제 사람과 침팬지의 유전자는 99%가 일치한다.'

'양복 입은 원숭이'(리처드 콘니프 지음,이호준 옮김,랜덤하우스)는 직장이란 조직은 정글이며 구성원들은 그 속의 동물이라는 흥미로운 등식을 제시한다.

저자는 싸우고 제휴하며 화해하는 원시 질서가 비즈니스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에 주목하여 생태계와 일반회사를 매치시켰다.

예를 들면 '야망이 있는 이사'를 '수컷 침팬지'로 대체하고 '신경질적인 경영자'를 '날카로운 수컷 우두머리'로 변환시킨 것.서열의 작동 원리를 보자.

'부모를 잃은 채 성장한 코끼리들은 발작을 잘 일으켜 종종 흰 코뿔소를 죽이곤 했다.

학자들은 이들을 보다 강하고 성숙한 무리에 합류시켜 문제를 해결했다.

코끼리 사이의 서열이 정해지면서 사회성이 생긴 것이다.

흡수 합병 초기의 회사에 나타나는 혼란이 강력한 위계질서로 정리되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이 책은 들쥐와 피라니아,거미,타조 등의 활동과 세계를 움직이는 최고 경영자들의 동물적 본능을 과감히 오버랩시키고 있다.

빌 게이츠,앤디 그로브,루 거스너,스콧 맥닐리가 권력을 장악한 과정과 그들이 정글에서 빌려온 부하 죽이기,모방 전략 등을 생생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사무실 파티션에 갇혀 잡아 먹히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양복 입은 원숭이'들의 필수 지침서다.

392쪽,1만5000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