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의 묘미는 추임새에 있다고 한다.

소리꾼이 소리를 하면,장단을 짚는 고수는 소리 사이사이에 '좋다''얼씨구''얼쑤''그렇지' 등의 추임새로 흥을 돋운다.

추임새는 소리의 공간을 메우는가 하면 때로는 북소리 장단을 대신하기도 한다.

소리꾼보다 고수를 더 높이 산다는 '일고수이명창(一鼓手二名唱)'이라는 말은 이래서 나왔다.

소리꾼과 청중이 어울려 신명나게 한마당 놀아보는 것도 추임새 덕이다.

추임새는 노래를 부르는 상대방에게 힘을 실어주고 용기를 주지만 기실은 동참하는 자신에게 더 큰 기쁨과 행복을 안겨준다.

서로 추켜주고 격려하며 하나가 되는 것이 추임새인 것이다.

이러한 추임새가 사회운동으로 승화되고 있다.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은 어제 '추임새 운동본부'를 발족하고,"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집단 이기주의와 남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상대방을 인정하고 칭찬해 주는 문화를 만들어 가자"는 취지의 선언문을 채택했다.

비판적인 사람들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을 인용하면서 우리 민족의 인성을 '발목잡기 좋아하는 것'으로 규정짓곤 한다.

그러나 우리 가슴속에는 어느 민족이 갖지 못한 '흥'이라는 무형의 자산이 깊이 배어 있다.

조금만 거들어 주고 격려해 줘도 흥을 느끼는 게 우리 국민성이다.

너나 없이 하나가 되어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2002년과 2006년의 월드컵경기 응원전에서 이미 확인됐다.

과거에도 종교단체나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어 '내탓이오''칭찬 이어 달리기' 등의 운동을 벌이곤 했다.

그렇지만 그리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는데 운동의 원동력이 될 동인(動因)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이런 점에서 추임새운동은 차별성을 가질 것 같다.

추임새야말로 우리 내면의 소리가락이면서 흥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모두가 소리꾼을 격려하고 관객들에게 더욱 진한 감동을 주는 '고수'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설 때,이 사회는 온기로 따뜻해질 것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