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는 4일 발전노조의 파업을 예의주시하면서 자칫 사태가 악화돼 전력공급 중단에 따른 산업생산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는 파업으로 인한 별다른 파장이 없지만 각 기업은 이날부터 전력수급 담당팀을 중심으로 자체발전 정비 등 대규모 공장 가동 상황을 점검하면서 만약의 사태 대비에 들어갔다.

특히 재계 일각에서는 법 규정에 따라 노사 모두 반드시 수용해야 할 직권중재 회부 결정에도 불구하고 발전노조가 불법 파업에 들어가고 발전5사 통합, 사회공공성 강화, 5조3교대 근무, 해고자 복직 등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요구를 들고 나온 데 대한 비난도 나오고 있다.

산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업계의 경우 공장마다 자체 발전시스템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일부 공정의 전력공급이 끊어질 경우에 대비하는 수준에 불과하며, 따라서 공장 자체로 유입되는 주전원이 끊어지면 도장이나 주조같은 작업은 진행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자동차는 한 공정이 멈추면 다음 공정도 진행을 못하고 전체 생산라인이 중단되는 특성이 있어, 발전노조의 파업 장기화로 전력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경우 별다른 대책없이 생산에 영향을 받으면서 최악의 경우 생산라인 가동 중단 사태가 초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이렇게 되면 최근 간신히 마무리된 자동차 업계 노조의 파업에 이어 또다시 생산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경우 전력 담당팀이 이날 오전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사태 추이를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등 업체마다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노사가 원만한 합의를 통해 최악의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공업계도 비상발전기 등 예비전력을 확보하고 있어 당장의 전력 수급에 문제는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돼 전력 공급이 중단된다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업체들은 용접, 절단 등의 작업에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고 있으며 한전에서 공급하는 전력이 부족할 경우 비상발전기를 통해 예비 전력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전체적으로 전력 공급이 중단된 것이 아니므로 생산 활동에 지장은 없다"고 전하고 "그러나 비상시 예비 발전기를 가동하는데, 이 경우 전력 품질면에서는 한전과 차이가 나므로 장기적인 전력공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이번 파업이 제한송전 등 최악의 사태로 치닫지 않기를 기대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면 열병합 발전 등 비상용 자체발전에 의존해 버틸 수 있으나, 공장가동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등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파업인력에 대한 대체근로 등을 통해 전력공급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고, 제한송전을 하더라도 산업용, 특히 필수공익사업장인 정유공장은 가정용과 기타 산업용에 이어 최종 단계에 해당되므로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망했다.

전자업계도 파업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자체발전시스템 점검 등을 통해 혹시 생길지 모를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반도체와 LCD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산업인 데다 전력공급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그동안 전력 공급 문제로 인한 생산 차질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밖에 건설업계는 전력 공급이 전면 중단될 경우에는 공사 차질이 빚어질 수 있겠지만 아직은 신경쓸 상황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경총 관계자는 "직권중재는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고 법이 규정해 놓고 있는데, 이렇게 무리한 요구를 내세워 '법 무시' 파업을 하면 어쩌자는 것이냐"면서 "정부는 엄정하게 법적 대응해야 하며, 특히 노사관계 선진화 로드맵에 포함된 직권중재 폐지안은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