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은 2003년 8000TEU급(길이 20피트짜리 컨테이너를 한번에 8000개 실을 수 있는 규모) 컨테이너선을 건조,해외 선주사에 넘겼다.

장착한 엔진은 12기통,9만3000마력 짜리로 최고 26노트(시속 48.1km)의 운항속도를 냈다.

삼성은 이어 2004년 8500TEU급,2006년에는 9600TEU급 컨테이너선을 건조했다.

8000TEU급에 비해 컨테이너를 각각 500개,1600개 더 실을 수 있는 컨테이너선이다.

주목할 것은 8500TEU급과 9600TEU급이 8000TEU급과 똑같은 9만3000만마력의 엔진을 달고도 똑같은 26노트를 내도록 했다는 점.짐을 더 싣는 데도 왜 속도는 떨어지지 않을까.

고유가 행진 속에 조선업체들이 치열한 선박 연비경쟁을 벌이고 있다.

해외 선주사들이 화물을 더 싣고도 연료비가 덜 드는 배를 만들 수 있는 조선소에 발주하다 보니 선박의 속도를 0.1노트(시속 185.2m)라도 개선하려는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선박 엔진은 조선업체들이 제작하는 게 아니다.

엔진업체들이 기술적으로 엔진 연비를 크게 개선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결국 조선업체들은 선형 개선이나 개발을 통해 선박연비를 개선(속도 개선)하는 우회 방법을 택한다.

경쟁업체와 동급 엔진을 장착한 동급 선박을 건조하더라도 선형을 어떻게 개선·개발해 적용하느냐에 따라 연비 개선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선형 개발 경쟁력=연비 개선 경쟁력'인 셈이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컨테이너선을 보다 날씬하게 만들되 컨테이너를 더 많이 쌓아 올리도록 계속 선형을 개발한 결과다.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은 올 연초에도 고유가가 지속될 것을 예측하고 건조할 선박의 연비를 평균 5% 개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후문이다.

속도는 더 내지 못하더라도 짐을 더 실을 수 있는 선형이나,아니면 똑같은 무게의 짐을 선적해도 속도를 더 낼 수 있는 선형을 개발,연비를 개선하는 효과를 내라는 것이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기존 선형을 개선,운항속도를 0.5노트(시속 926m) 높인 5800TEU급 컨테이너선을 건조해 해외 선주사로부터 감사의 편지를 받았다.

0.5노트 개선이면 1년에 250일간 선박을 운항한다고 할 때 요즈음 유가를 감안하면 연간 100만달러에 이르는 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조선업계 '빅3'인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피 말리는 선형 개선·개발 경쟁을 치르고 있다"면서 "특히 고유가 지속으로 인해 0.1노트라도 연비를 개선하는 효과를 내는 선형을 선사에 제시하느냐 여부가 수주를 판가름짓는다"고 말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