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우리 경제에 돈이 안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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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경제의 혈액인 돈이 돌지 않는다는 표현이 자주 눈에 띈다.
한 나라 경제에 있어서 돈이 돌지 않으면 사람의 몸처럼 손발부터 썩어 가는 증상이 나타난다.
갈수록 우리 경제 내에서 서민층과 자영업자, 종소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다 못해 쓰러지는 현상이 그것이다.
이론적으로 어느 특정 국가에서 돈이 얼마나 잘 도는가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가 통화유통 속도와 통화 승수다.
통화유통 속도란 일정기간 동안 한 단위의 통화가 거래를 위해 사용된 횟수를 말한다.
이를테면 같은 1만원권이라도 1년에 한 번 사용되는 것과 열 번 사용되는 것과는 경제적으로 엄청난 차이가 난다.
통화유통 속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돈이 잘 유통되지 않아 그 나라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미간의 금리가 역전된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의 경우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화유통 속도를 보면 2000년 0.66에서 최근에는 0.5 이하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한 나라의 돈 흐름이 얼마나 정체돼 있는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가 통화 승수다.
통화 승수는 돈의 총량을 의미하는 통화량을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본원 통화(고성능 화폐·high-powered money)로 나눈 수치다.
한 나라의 통화 승수는 그 나라 국민들의 현금보유 성향과 예금 은행에 대한 지급준비율,그리고 본원 통화의 규모에 의해 결정된다.
본원 통화가 일정할 때 현금보유 성향과 지급준비율이 작을수록 통화 승수는 커진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우리의 통화 승수를 보면 시간이 갈수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중 본원 통화와 지급준비율이 변경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그만큼 국민들의 현금보유 성향이 늘어나 시중에서 돈이 퇴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처럼 통화유통 속도와 통화 승수가 떨어지면 동시에 중앙은행이 아무리 돈을 공급한다 하더라도 민간 부문의 반응이 시원치 않아 통화 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또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돈이 제대로 돌지 않음에 따라 종전 배웠던 경제 이론으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이상 현상들이 속출하고 있다.
요즘 들어 우리 경제의 장기 침체를 우려하는 시각이 부쩍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금까지 나타난 모습만 본다면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진 초기 단계에서 나타났던 현상과 유사하다.
정책적으로도 정책당국이 경제 현안을 풀기 위해 어떤 신호를 준다 하더라도 정책 수용층인 국민과 기업들이 좀처럼 반응하지 않는 '좀비 경제' 국면에 놓여 있는 것도 일본과 비슷하다.
이 상황에서는 설익은 정책들이 쏟아져 정책당국이 정책 홍수와 정책 악순환에 빠지고 정책 수용층인 국민들에게선 정책에 대한 무감각증이 나타난다.
결국 우리 경제 안에서 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중에 돈을 돌게 해야 한다.
여러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지금의 돈맥 경색 현상이 대통령을 포함한 정책당국과 정책 수용층 간의 신뢰 부족(혹은 신뢰 위기)에서 비롯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이다.
최근 들어 여러 매체를 통해 대통령과 경제 각료들이 '우리 경제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고집하는 심정은 십분 이해되지만 오히려 위기에 가깝게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국민들의 심정을 이해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이 현 시점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돈을 돌게 하는 방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한 나라 경제에 있어서 돈이 돌지 않으면 사람의 몸처럼 손발부터 썩어 가는 증상이 나타난다.
갈수록 우리 경제 내에서 서민층과 자영업자, 종소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다 못해 쓰러지는 현상이 그것이다.
이론적으로 어느 특정 국가에서 돈이 얼마나 잘 도는가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가 통화유통 속도와 통화 승수다.
통화유통 속도란 일정기간 동안 한 단위의 통화가 거래를 위해 사용된 횟수를 말한다.
이를테면 같은 1만원권이라도 1년에 한 번 사용되는 것과 열 번 사용되는 것과는 경제적으로 엄청난 차이가 난다.
통화유통 속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돈이 잘 유통되지 않아 그 나라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미간의 금리가 역전된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의 경우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화유통 속도를 보면 2000년 0.66에서 최근에는 0.5 이하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한 나라의 돈 흐름이 얼마나 정체돼 있는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가 통화 승수다.
통화 승수는 돈의 총량을 의미하는 통화량을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본원 통화(고성능 화폐·high-powered money)로 나눈 수치다.
한 나라의 통화 승수는 그 나라 국민들의 현금보유 성향과 예금 은행에 대한 지급준비율,그리고 본원 통화의 규모에 의해 결정된다.
본원 통화가 일정할 때 현금보유 성향과 지급준비율이 작을수록 통화 승수는 커진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우리의 통화 승수를 보면 시간이 갈수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중 본원 통화와 지급준비율이 변경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그만큼 국민들의 현금보유 성향이 늘어나 시중에서 돈이 퇴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처럼 통화유통 속도와 통화 승수가 떨어지면 동시에 중앙은행이 아무리 돈을 공급한다 하더라도 민간 부문의 반응이 시원치 않아 통화 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또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돈이 제대로 돌지 않음에 따라 종전 배웠던 경제 이론으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이상 현상들이 속출하고 있다.
요즘 들어 우리 경제의 장기 침체를 우려하는 시각이 부쩍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금까지 나타난 모습만 본다면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진 초기 단계에서 나타났던 현상과 유사하다.
정책적으로도 정책당국이 경제 현안을 풀기 위해 어떤 신호를 준다 하더라도 정책 수용층인 국민과 기업들이 좀처럼 반응하지 않는 '좀비 경제' 국면에 놓여 있는 것도 일본과 비슷하다.
이 상황에서는 설익은 정책들이 쏟아져 정책당국이 정책 홍수와 정책 악순환에 빠지고 정책 수용층인 국민들에게선 정책에 대한 무감각증이 나타난다.
결국 우리 경제 안에서 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중에 돈을 돌게 해야 한다.
여러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지금의 돈맥 경색 현상이 대통령을 포함한 정책당국과 정책 수용층 간의 신뢰 부족(혹은 신뢰 위기)에서 비롯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이다.
최근 들어 여러 매체를 통해 대통령과 경제 각료들이 '우리 경제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고집하는 심정은 십분 이해되지만 오히려 위기에 가깝게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국민들의 심정을 이해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이 현 시점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돈을 돌게 하는 방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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