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연구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미국의 베일러 의과대학에서 실험 비이커를 같이 쓰고 있는 한국인 과학자 3명이 여성 생식의 중요한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미국 휴스턴에 있는 베일러 의대 분자·세포생물학과의 케빈 리(한국명 이유성) 박사과정·정재욱·곽인석 박사 연구팀은 '인디언 고슴도치'라는 이색 단백질이 임신에 관여하는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의 조절을 받아 정자와 난자가 결합된 배아를 자궁에 안정적으로 착상시킨다는 것을 규명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영국 과학저널 네이처 자매지이자 유전학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네이처 제네틱스 3일자 인터넷판에 실렸다.

인디언 고슴도치는 이 단백질에 자체 결함이 생길 경우 삐죽삐죽해지면서 고슴도치 모습으로 변해 버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단백질은 그동안 종양 형성,줄기세포 조절,기관 발생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생식에 미치는 영향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쥐의 자궁 부위에서 인디언 고슴도치 단백질을 제거하자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의 신호가 자궁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쥐가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는 베일러 의대를 비롯해 하버드 치의대,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연구팀이 참여해 총 11명이 논문에 이름을 올렸으나 1,2,3 저자는 모두 한국인 과학자들이 차지했다.

논문 2저자인 정재욱 박사는 "고슴도치 단백질이 임신 과정에 주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앞으로 고슴도치 단백질을 여성 생식기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박사는 고려대에서 분자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2002년 베일러 의대로 자리를 옮겨 현재 조교로 활동하고 있다.

논문의 1저자인 이유성 박사과정은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재미교포 2세.그는 2001년에 베일러 의대 박사과정에 입학한 이후 줄곧 생식 분야를 연구해 왔으며 이번 연구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3저자인 곽인석 박사는 부산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후 2001년부터 베일러 의대에서 박사후 과정(포스트 닥터)으로 일했다.

그는 지난달 부산대 연구교수로 부임했다.

정재욱 박사는 "곽 박사가 떠난 자리에 최근 한국인 과학자가 새로 채용됐다"며 "한국인끼리 힘을 모아 한 번 더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