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 앤디는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다.

졸지에 살인범이 돼 인권사각지대인 감방에서 온갖 끔찍한 일을 당하면서도 그는 삶을 포기하거나 체념하지 않는다.

감방을 빠져나간 그는 뒤에 출옥할 친구 레드를 위해 미리 일러둔 약속장소에 편지를 남긴다.

'기억해요 레드,희망은 좋은 거예요.

최고라고 할 수 있죠.그리고 좋은 건 결코 사라지지 않아요.'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기억하는 건 앤디의 처지가 희망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기 때문일 것이다.

앤디는 그러나 고통과 절망뿐인 상황에서도 '자유'라는 희망을 향해 나아가고 마침내 얻는다.

'희망'의 힘은 영화에만 있지 않다.

개인은 물론 조직과 국가를 위기에서 구하고 미래로 이끄는 원동력 또한 희망이다.

리더십의 첫째 조건으로 비전 제시가 꼽히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그 비전이 설사 화려한 수사로 가득찬 꿈같은 것이라고 해도 사람들은 믿고 따르고 싶어한다.

현실이 고단하면 할수록 더욱 그렇다.

정부가 '비전 2030'이라는 희망가를 내놨다.

계획에 따르면 25년 뒤엔 집 병원비 노후 걱정 없이 일하고 쉴 기회까지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한다.

유토피아를 따로 찾을 필요가 없게 되는 셈이다.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지만 인적자원을 개발하고 과학기술을 진흥,국가경쟁력을 강화하면 된다고 한다.

뭐든 마음 먹은대로 다 되진 않지만 마음도 안먹은 일이 되는 법은 없다.

세상은 생각의 속도로 변하고,가짜약도 진짜라고 믿고 먹으면 병이 낫는다는'플라시보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비전 2030' 역시 실현 가능한 방법을 찾아 차근차근 꾸준히 밀고 가면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희망이란 한번 무너지면 다시 일으키기 어렵다.

나눔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사람도 빼앗기는 건 못참는다.

가장 큰 복지는 나눠주는 게 아니라 일자리를 줘 스스로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다.

"국민 모두 제 능력을 발휘하는 환경 조성이 골자"라는 발표가 허튼 맹세가 아닌 희망가의 근간이 되기를 빌어본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