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요법을 이용한 암 치료가 사상 처음으로 성공을 거둬 암 치료 연구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진행성 흑색종(피부암) 말기 환자의 혈액에서 채취한 백혈구에 면역기능을 가진 유전자를 주입하는 식으로 총 17명의 환자를 치료,이 중 2명이 완치됐다고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를 통해 발표했다.

의학계에선 말기 암 환자에게도 유전자 요법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성과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흑색종 외에 여러 다른 암 치료에도 이번 치료 기술이 응용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NCI 외과 과장인 스티븐 로젠버그 박사는 환자 몸에서 떼어낸 백혈구(T세포)에 흑색종 암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 수용체'를 생산하는 유전자를 주입한 뒤,운반 수단인 바이러스에 실어 다시 환자에게 투입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환자 중 한 사람인 53세의 남자는 이 치료를 통해 겨드랑이 종양이 완전히 사라졌으며 간으로 전이한 종양도 그 크기가 89%가량 줄어들어 외과수술로 제거할 수 있었다.

이 환자는 1년 반이 지난 지금 암 완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로젠버그 박사는 설명했다.


또 다른 41세의 남성 환자는 폐에 전이한 암세포로 폐 한 쪽을 잘라내야 했으나 이 치료로 암세포가 사라졌으며 18개월째 재발하지 않고 있다.

흑색종은 쉽게 재발하기로 악명 높은 암이어서 이번 연구 성과는 더욱 높게 평가받고 있다.

치료 대상 환자 중 15명은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해 연구 성과가 완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

로젠버그 박사도 앞으로 이 면역요법의 효과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 T세포를 특정 암세포 공격용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도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전자 치료 연구는 현재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혈우병 환자를 치료하는 데 유전자 요법을 사용,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복잡한 요인으로 발병한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는 아직 연구 수준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