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트레이더들은 머리 회전이 빠르고 체력도 뛰어났다.

하루 12시간,때로는 16시간까지 일했다.

이들은 오직 이익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고 돈,그리고 가진 자에게 붙어 다니는 명성에 집착했다.

언제나 오늘 거래가 마지막이라는 자세로 일했으므로 일단 고객의 약점을 잡으면 포기하는 법이 없었다.

전화 한 통화로 순식간에 먹잇감을 해치우는 킬러 본능만이 꿈틀거리는 세계.한때 월가를 먹여 살렸던 주식 브로커들은 위축됐지만 채권쟁이들은 100만달러나 되는 거금을 포커에 걸 정도로 돈을 쓸어 담았다.'

1980년대 최고의 채권 전문 투자은행이었던 살로먼 브러더스.이곳에 세일즈 맨으로 몸담았던 마이클 루이스가 '라이어스 포커'(정명수 옮김,위즈덤하우스)에 묘사한 동료들의 모습이다.

당시는 엄청난 적자에 허덕이던 미국 정부와 가정이 국채 발행과 모기지로 돈을 꾸고 빚(채권)을 전 세계에 팔아야 했던 상황.

이 책은 이런 환경에 편승해 일약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한 채권 시장과 그 과실을 게걸스럽게 따먹었던 살로먼,그리고 조직원들의 두뇌 게임을 소설처럼 그렸다.

모기지 시장 개척,금융법 개정,워런트와 콜옵션의 탄생 등 경제사에 남을 사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미국 대학생들의 취업 가이드로 월스트리트 사람들이 오늘도 읽고 있는 스테디 셀러.새 질서가 만들어 낸 새 시장에는 커다란 기회와 함께 채우고 채워도 배 부르지 않는 허기가 공존한다는 교훈을 던져 준다.

한 시대를 응축하고 정의 내린 중량감 있는 책이다.

428쪽,1만5000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