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포럼] 정부가 벌인 야바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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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은 짜릿하다.
불확실성의 승부가 주는 스릴(thrill)이 사람들을 도박에 빠져들게 하는 주된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지적(知的) 상식과 합리적 판단은 없다.
그래서 도박은 '얼간이들의 게임'으로도 불린다.
어쩌다 요행수로 얻게 될지 모르는 큰 돈(불확실한 이익)을 기대하면서 가진 돈(확실한 자산)을 걸고 내기를 하는 무모함에 그치지 않고,노름꾼들은 대개 돈 딸 확률을 과대 평가하는 반면 잃을 가능성은 낮게 보는 착각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확률은 높지만 수익이 작은 쪽보다 확률이 낮고 수익은 큰 쪽으로 베팅하는 비합리성이 도박판을 지배하는 것은 이미 많은 실험을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16세기 이탈리아의 카르다노(Cardano)는 도박에 이기는 방법을 연구하다 확률론의 기초를 처음 닦은 수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의 결론은 "도박은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었다.
그런데도 도박은 인류 역사만큼 오래 됐고 도박없는 사회도 없다.
돈을 딸 수도 있다는 착각과 강렬한 중독성이 사람들을 불나방처럼 도박판에 몰려들게 하기 때문이다.
수학자 카르다노도 결국 노름으로 패가망신했다고 전해진다.
지금 강원랜드에는 가산을 몽땅 탕진한 뒤에도 일확천금의 환상을 버리지 못해 주변을 배회하면서 푼돈을 구걸하고 바닥에 떨어진 칩을 주워 다시 베팅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대박의 상징인 로또복권만 해도 산술적인 기대수익은 쏟아부은 돈의 40%에 못미친다.
발행 및 판매비용,공익기금,세금 떼고 난 뒤 당첨자 손에 들어오는 금액이 그 정도다.
수십억원 대박을 미끼로 내걸지만 그걸 물을 때마다 주머니 돈이 털린다는 얘기다.
알면서도 사람들은 우연히 자신이 거액 당첨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허황된 꿈 하나만으로 끊임없이 베팅한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벼락 밖에 바랄 게 없는 서민들만 피해자인 것은 당연하다.
물론 도박이 얼간이들의 게임으로만 그친다면 별로 문제될 게 없다.
세상엔 합리적 경제행위만 있는 것도 아니고,불확실성의 승부를 즐기든 말든,'대박의 꿈'만 좇다 패가망신하는 것도 개인의 자유이고 책임이니까.
하지만 그 중독성은 몹시 심각하다.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지 못하고 빈털터리가 될 때까지 계속하는 게 도박의 속성이다.
도박중독의 치료는 마약중독보다 힘들고,도박중독자는 자기파괴의 심리상태까지 보일 만큼 치명적이라고 한다.
그것이 사람을 폐인으로 만들고 결국 사회적 범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도박의 해악(害惡)만으로도 이런데 '바다이야기'는 오히려 한술 더 뜨고 있다.
말이 좋아 사행성 성인오락게임이지 '바다이야기'는 도박에다 온갖 불법과 승률조작 등 각종 속임수까지 더해졌다.
한마디로 길거리의 야바위판이나 다름없다.
이런 말도 안되는 야바위판을 정부가 각본 쓰고 연출한 꼴이다.
야바위판에 바람잡이가 빠질 수 없고 폭력조직과 검은 돈의 거래는 약방의 감초다.
도대체 어느 누가,정부의 어떤 시스템이 이 같은 희대의 사기극을 벌이게 하고,그 속으로 국민들을 내몰았는가.
이건 '정책실패'라는 수사(修辭)나 사과성명 한장으로 덮어질 일이 아니라 국가가 저지른 범죄행위다.
모든 것이 낱낱이 밝혀지고 확실하게 책임을 묻지 않으면 안될 이유다.
추창근 논설위원 kunny@hankyung.com
불확실성의 승부가 주는 스릴(thrill)이 사람들을 도박에 빠져들게 하는 주된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지적(知的) 상식과 합리적 판단은 없다.
그래서 도박은 '얼간이들의 게임'으로도 불린다.
어쩌다 요행수로 얻게 될지 모르는 큰 돈(불확실한 이익)을 기대하면서 가진 돈(확실한 자산)을 걸고 내기를 하는 무모함에 그치지 않고,노름꾼들은 대개 돈 딸 확률을 과대 평가하는 반면 잃을 가능성은 낮게 보는 착각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확률은 높지만 수익이 작은 쪽보다 확률이 낮고 수익은 큰 쪽으로 베팅하는 비합리성이 도박판을 지배하는 것은 이미 많은 실험을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16세기 이탈리아의 카르다노(Cardano)는 도박에 이기는 방법을 연구하다 확률론의 기초를 처음 닦은 수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의 결론은 "도박은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었다.
그런데도 도박은 인류 역사만큼 오래 됐고 도박없는 사회도 없다.
돈을 딸 수도 있다는 착각과 강렬한 중독성이 사람들을 불나방처럼 도박판에 몰려들게 하기 때문이다.
수학자 카르다노도 결국 노름으로 패가망신했다고 전해진다.
지금 강원랜드에는 가산을 몽땅 탕진한 뒤에도 일확천금의 환상을 버리지 못해 주변을 배회하면서 푼돈을 구걸하고 바닥에 떨어진 칩을 주워 다시 베팅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대박의 상징인 로또복권만 해도 산술적인 기대수익은 쏟아부은 돈의 40%에 못미친다.
발행 및 판매비용,공익기금,세금 떼고 난 뒤 당첨자 손에 들어오는 금액이 그 정도다.
수십억원 대박을 미끼로 내걸지만 그걸 물을 때마다 주머니 돈이 털린다는 얘기다.
알면서도 사람들은 우연히 자신이 거액 당첨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허황된 꿈 하나만으로 끊임없이 베팅한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벼락 밖에 바랄 게 없는 서민들만 피해자인 것은 당연하다.
물론 도박이 얼간이들의 게임으로만 그친다면 별로 문제될 게 없다.
세상엔 합리적 경제행위만 있는 것도 아니고,불확실성의 승부를 즐기든 말든,'대박의 꿈'만 좇다 패가망신하는 것도 개인의 자유이고 책임이니까.
하지만 그 중독성은 몹시 심각하다.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지 못하고 빈털터리가 될 때까지 계속하는 게 도박의 속성이다.
도박중독의 치료는 마약중독보다 힘들고,도박중독자는 자기파괴의 심리상태까지 보일 만큼 치명적이라고 한다.
그것이 사람을 폐인으로 만들고 결국 사회적 범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도박의 해악(害惡)만으로도 이런데 '바다이야기'는 오히려 한술 더 뜨고 있다.
말이 좋아 사행성 성인오락게임이지 '바다이야기'는 도박에다 온갖 불법과 승률조작 등 각종 속임수까지 더해졌다.
한마디로 길거리의 야바위판이나 다름없다.
이런 말도 안되는 야바위판을 정부가 각본 쓰고 연출한 꼴이다.
야바위판에 바람잡이가 빠질 수 없고 폭력조직과 검은 돈의 거래는 약방의 감초다.
도대체 어느 누가,정부의 어떤 시스템이 이 같은 희대의 사기극을 벌이게 하고,그 속으로 국민들을 내몰았는가.
이건 '정책실패'라는 수사(修辭)나 사과성명 한장으로 덮어질 일이 아니라 국가가 저지른 범죄행위다.
모든 것이 낱낱이 밝혀지고 확실하게 책임을 묻지 않으면 안될 이유다.
추창근 논설위원 kunn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