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끄럽다거나 까칠하다는 표면의 질감뿐만 아니라 묵직하거나 가볍다는 재료의 무게감도 느낄 수 있다.
만져볼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조각은 독특한 예술장르로 자리잡았다.
조각이 세계 미술 경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가 조금 안되지만 작품의 가격으로 계산하면 이보다 비중이 훨씬 높다.
올해 들어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나 조르주 브락(George Braque) 같은 큐비스트들의 작품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독특한 면 분할과 동적인 구성으로 작품을 선보인 큐비스트 유파의 작가들은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조각작품을 많이 만들었다.
마르쿠시스(Marcoussis)와 미클로스(Gustave Miklos)의 작품은 급격한 가격 상승률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특히 마르쿠시스의 작품은 지난 10년간 거래건수가 5점에 불과할 정도로 회소가치가 높다.
미클로스의 1927년 작 '소녀'는 2005년 6월 파리에서 열린 경매에서 140만유로(약 17억원)에 낙찰됐다.
추정가보다 7배나 높은 가격이다.
한국의 조각가들 역시 독특한 소재와 상상력으로 세계 미술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뉴욕 소더비즈와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100%의 낙찰률을 기록하고 있는 이용덕은 안으로 파여 들어간 역상조각(Involved Sculpture)을 처음으로 시도한 작가다.
이용덕의 작품은 조각품이 움직이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키며 색다른 예술적 체험을 선사한다.
2005년 5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2400만원에 낙찰된 작품이 나왔는데 지속적인 가격상승률을 보이며 1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가격이 올랐다.
마찬가지로 세계 조각품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박성태는 동양화를 전공한 뒤 조각공부를 시작했다.
스테인리스 철을 손으로 구부리고 다듬어서 사람과 말을 만들어 내며 빛이 철망을 투과해 만들어 내는 그림자까지도 작품으로 형상화한다.
박성태의 작품들 역시 100%의 낙찰률을 기록하며 홍콩 크리스티와 뉴욕 소더비즈를 비롯 세계적 규모의 여러 옥션 회사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젊은 작가들도 있다.
현재 마카오 타이파 미술관의 초청을 받아 전시회를 열고 있는 차민영의 작품은 조각품 안에 또 작은 세상(Microcosmos)이 펼쳐져 있다.
겉으로 보기엔 그냥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만나는 사물이지만 그 안에 미니어처로 재현된 공간을 작은 렌즈를 통해 들여다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들이다.
미술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장르별로 세분화돼 발전하고 있다.
그 품목 하나하나를 살펴 보며 자신만의 컬렉션을 꾸며가는 것은 미술투자에서 간과해서는 안될 즐거움이다.
표화랑 표미선 대표 pyogallery@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