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범에 흔히 따라붙는 얘기가 있다.

"평소엔 얌전하기 짝이 없는데 술만 마시면 사람이 돌변한다"는 것이다.

시비 끝에 난동을 부려 경찰에 연행된 사람의 상당수가 아침이면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필름이 완전히 끊겼다.

술이 원수다.

제발 선처해달라"고 하소연한다고 한다.

실제 살인 폭력 등 강력범죄의 60% 이상이 술 마신 상태에서 발생한다는 보고다.

성추행 사건 역시 대부분 술자리에서 벌어진다.

뿐이랴.'음주운전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한 잔도 안된다'고 뜯어말리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술 마신 채 차를 모는 사람들로 인해 매년 1000명 이상 숨진다.

술 마시는 이유는 셀 수 없다.

기뻐서,슬퍼서,괴로워서,사업상,긴장을 풀기 위해 등.'때절은 시름 씻어내며/띠 풀고 계속 술을 마시리로다/정다운 밤은 맑은 얘기를 낳고/환한 달은 잠자리에 못들게 하네/취기 올라 빈 산에 누우니/하늘과 땅이 곧 이불과 베개'라는 이백(李白)의 시(友人會宿)에서 보듯 술의 장점 또한 많다.

한잔 함께 걸치면 처음 만난 사람끼리도 가까워지고,껄끄러웠던 사이도 부드러워지고,맺혔던 서운함도 풀리고,쉽사리 꺼내기 힘든 얘기도 편안하게 주고 받을 수 있다.

오죽하면 회사마다 '술 상무'가 생기고 술상무 역할에 따른 간질환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는 법이 만들어졌을까

그러나 '딱 한잔'의 폐해는 끝이 없다.

어른 셋 중 한 명은 고도위험 음주자고,221만명은 알코올 중독이나 다름없고,그 결과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만 15조원에 달한다는 마당이다.

사회 전체가 술독에 빠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술을 배우는 나이도 갈수록 어려진다.

마침내 정부가 '파랑새 플랜 2010'이라는 알코올종합대책을 내놨다.

국민 대다수를 술독에서 구하자면 술이 사회생활에 필수라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파랑새 플랜의 성패는 '주류(酒流)는 주류(主流),비주류(非酒流)는 비주류(非主流)'라는 터무니없지만 통용돼온 접대문화 타파 여부에 달렸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