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경쟁력 제고도 뜨거운 화제가 됐다.

권오규 부총리와 참석자들은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절실하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정부 지원이 먼저냐,대학의 변신이 먼저냐'에 대해선 미묘한 시각차를 보였다.

대학 경쟁력이 화두가 된 건 권 부총리가 기조강연에서 "우리나라는 초·중·고등학교 때까지는 교육경쟁력이 있는데 대학은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그 이유는 학생 1인당 투자비가 고등학교까지는 선진국보다 낮지 않지만 대학은 미국의 3분의1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데서 비롯됐다.

그러자 이영선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토론에서 "대학에 대한 투자가 미진하다는 권 부총리의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주문하고 나섰다.

이 교수는 "과거엔 부모들이 자녀를 사립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려고 노력했으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며 "그건 국·공립 초등학교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인데 대학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립대학교는 국가지원이 워낙 부족해 오로지 학생들의 등록금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사립대 재정 중 국가 지원비율이 미국은 30%,일본은 20%,한국은 4~5% 수준인 상황에서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을 얘기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 부총리는 이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대학 자체의 혁신노력도 필요하다고 응수했다.

그는 "대학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한 전제로 대학의 평가체제가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며 "선진국처럼 시설뿐 아니라 학생 교수 커리큘럼과 졸업생의 능력 등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체제가 도입되고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럽 국가 중 대학교육이 가장 개차반이었던 독일 교육시스템의 병폐를 지적했다.

독일은 국공립 교수도 공무원으로 정년이 보장되고 학생 수에 따라 정부 보조금이 나가기 때문에 학생들을 일찍 졸업시킬 이유가 없었다고 소개했다.

대학 경쟁력에 대한 토론이 이어지자 정창영 연세대 총장은 "국내 대학들도 상당한 변신 노력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3~5년 이내에 국내 5개 대학 정도는 세계 100위권 대학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총장은 "경제개발시대엔 초·중·고등학교에 대한 투자가 중요했지만 우리나라의 현재 발전수준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대학에 대한 투자가 긴요하다"며 대학에 대한 지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