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관리하다 투자는 '구멍' … 성장잠재력 저하 초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기업자금의 증시 역류 현상은 우리 경제의 문제점과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여전히 성장이 필요한 시기인데도 투자보다 주가 관리에 더 신경쓴 결과로 나타난 '조로(早老)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자사주 매입은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해주는 것으로 무조건 비난의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과도한 자사주 매입은 기업의 투자여력을 위축시키고 경영진의 능력 부족이나 도덕적 해이를 감추기 위한 타협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증시 최대 매수세력은 자사주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규모는 증시 최대세력이었던 외국인의 주식매수액도 넘어섰다.
외국인들은 2003년과 2004년에 각각 10조원이 넘는 대규모 주식매수로 대세 상승장을 이끌어낸 이래 한국증시의 최대 큰손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팔자'에 치중하며 매도우위로 돌아섰다.
그래도 증시는 상승을 지속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강세 흐름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의 자사주 매수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2004년부터 올 6월 말까지 자사주 순매수액은 9조5965억원으로 10조원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순매수는 5000억원에 불과했다.
자사주 매입은 2000년께부터 점차 늘기 시작해 2003년 7조7144억원으로 정점을 쳤다.
2004~2005년엔 각각 5조9578억원,4조8265억원으로 줄었지만 올 들어 다시 확대되고 있다.
김학균 한국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이 빠져나간 자리를 상장사의 자기주식 매수 수요가 채우며 대세 상승이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한국증시의 최대 큰손이 외국인에서 상장사로 손바뀜된 셈이다.
○이익의 절반이 주주에게로
자사주 매입에 배당을 합칠 경우 상장사가 주주들에게 돌려준 돈은 평균 이익의 절반가량에 달한다.
2000~2005년 중 상장사들은 152조6543억원의 이익을 남겨 자사주 35조864억원,배당 40조8015억원 등 75조8879억원(49.7%)을 주주들에게 환원했다.
이 기간 중 KT와 SK텔레콤의 환원율은 무려 78%와 51%에 달한다.
KT&G의 올 자사주 매입 규모는 8900억원으로 순이익 5668억원(20개 증권사 평균예상치)의 157%에 달할 전망이다.
회사측이 밝힌 배당금 3800억원(주당 2400원)을 합칠 경우 주주환원 몫은 1조2700억원으로 순이익 추정치의 224%에 달한다.
벌어들인 돈의 2.2배를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셈이다.
○과도한 주주우선정책은 경제 조로 유발
과도한 주주우선정책이 투자부진과 성장잠재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 많다.
PCA자산운용 유정상 상무는 "지금은 자사주 매입보다는 기술개발 등에 투자해야 할 시점"이라며 "지나치게 높은 주주환원이 우리경제의 조로 현상을 불러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학균 연구위원도 "주주환원을 위해 자산을 팔고 유보금까지 활용하는 것은 옛날에 벌어둔 돈으로 흥청망청 잔치를 벌이는 격"이라고 우려했다.
증권연구원 조성훈 박사는 "자사주 매입이나 고배당은 주주중시 경영의 일환으로 무조건 비난해선 안 된다"면서도 "경영진의 능력 부족이나 도덕적 해이를 감추기 위한 타협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
여전히 성장이 필요한 시기인데도 투자보다 주가 관리에 더 신경쓴 결과로 나타난 '조로(早老)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자사주 매입은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해주는 것으로 무조건 비난의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과도한 자사주 매입은 기업의 투자여력을 위축시키고 경영진의 능력 부족이나 도덕적 해이를 감추기 위한 타협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증시 최대 매수세력은 자사주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규모는 증시 최대세력이었던 외국인의 주식매수액도 넘어섰다.
외국인들은 2003년과 2004년에 각각 10조원이 넘는 대규모 주식매수로 대세 상승장을 이끌어낸 이래 한국증시의 최대 큰손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팔자'에 치중하며 매도우위로 돌아섰다.
그래도 증시는 상승을 지속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강세 흐름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의 자사주 매수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2004년부터 올 6월 말까지 자사주 순매수액은 9조5965억원으로 10조원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순매수는 5000억원에 불과했다.
자사주 매입은 2000년께부터 점차 늘기 시작해 2003년 7조7144억원으로 정점을 쳤다.
2004~2005년엔 각각 5조9578억원,4조8265억원으로 줄었지만 올 들어 다시 확대되고 있다.
김학균 한국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이 빠져나간 자리를 상장사의 자기주식 매수 수요가 채우며 대세 상승이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한국증시의 최대 큰손이 외국인에서 상장사로 손바뀜된 셈이다.
○이익의 절반이 주주에게로
자사주 매입에 배당을 합칠 경우 상장사가 주주들에게 돌려준 돈은 평균 이익의 절반가량에 달한다.
2000~2005년 중 상장사들은 152조6543억원의 이익을 남겨 자사주 35조864억원,배당 40조8015억원 등 75조8879억원(49.7%)을 주주들에게 환원했다.
이 기간 중 KT와 SK텔레콤의 환원율은 무려 78%와 51%에 달한다.
KT&G의 올 자사주 매입 규모는 8900억원으로 순이익 5668억원(20개 증권사 평균예상치)의 157%에 달할 전망이다.
회사측이 밝힌 배당금 3800억원(주당 2400원)을 합칠 경우 주주환원 몫은 1조2700억원으로 순이익 추정치의 224%에 달한다.
벌어들인 돈의 2.2배를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셈이다.
○과도한 주주우선정책은 경제 조로 유발
과도한 주주우선정책이 투자부진과 성장잠재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 많다.
PCA자산운용 유정상 상무는 "지금은 자사주 매입보다는 기술개발 등에 투자해야 할 시점"이라며 "지나치게 높은 주주환원이 우리경제의 조로 현상을 불러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학균 연구위원도 "주주환원을 위해 자산을 팔고 유보금까지 활용하는 것은 옛날에 벌어둔 돈으로 흥청망청 잔치를 벌이는 격"이라고 우려했다.
증권연구원 조성훈 박사는 "자사주 매입이나 고배당은 주주중시 경영의 일환으로 무조건 비난해선 안 된다"면서도 "경영진의 능력 부족이나 도덕적 해이를 감추기 위한 타협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