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사람이 가장 싫어하는 상사는? 지난해 봄 국내 한 기업에서 알아봤더니 '무조건 우기는 상사'가 1위,'안되는 일도 하라고 강요하는 상사' '부하 육성에 의지가 없는 상사'가 2,3위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꼴불견인 부하는 '핑계를 대고''업무를 미루고''개인생활만 챙기는' 순이었다.

얼마 전 한 금융그룹의 조사 결과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닮고 싶지 않은 선배는 '약속을 안지켜 신뢰하기 어렵고''팀원의 의견을 절대 반영하지 않고''다른 직원의 성과나 아이디어를 가로채는'사람,싫은 후배는 '성의도 능력도 없고''계산적 깍쟁이'에 '잘못을 인정 안하는 고집쟁이' 등이었다.

이번엔 미국계 인사컨설팅 회사가 한·미·중·일 등 16개국 직장인의 의식과 생활상을 파악했더니 한국 직장인의 상사에 대한 평가가 최하위 수준이었다는 발표다.

업무 노하우는 안가르쳐주고 권한도 나눠주지 않은 채 잡무만 시키는데다 성과 평가 또한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는 게 이유로 꼽혔다.

싫어하는 상사 내지 닮고 싶지 않은 선배의 모습과 맥을 같이하는 셈이다.

아랫사람들은 "딱 맞다"고 할지 모르지만 상사와 선배 또한 할 말이 많을지 모른다.

그들 역시 똑같은 과정을 겪었고 자신 역시 위로부터 권한을 이양받지 못해 아랫사람에게 내줄 게 없다는 얘기도 있을 수 있다.

실제 제 할일은 못하면서 투덜대는 부하 때문에 속이 터진다는 하소연도 잦다.

그러나 서로를 탓하고 있으면 바늘이 튀는 디스크처럼 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GE의 이멜트 회장은 최근 "임직원에 대한 보상은 머리(능력 향상기회) 가슴(자긍심) 지갑(연봉)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멜트 회장의 보상은 모든 직장인의 소망일 것이다.

서로를 탓하고 욕하면서 배울 게 아니라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오만과 독선에서 벗어날 때 개인과 조직 모두 발전 가능하다.

이런 시도 기억하면서.'물 먹는 소 목덜미에/할머니 손이 얹혀졌다/이 하루도/함께 지났다고/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서로 적막하다고.'(김종삼 '묵화')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