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 산하 기관인 산학연전국협의회와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2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중소기업 및 대학,연구소,정부 관계자들을 초청해 '중소기업 산학협력 활성화 방안'에 관한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자금 부족으로 자체 연구개발(R&D) 활동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에는 산학 협력이 유일한 기술혁신 방법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예산 지원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산학 협력 지원 사업도 무차별하게 골고루 나눠주는 선심성 행정에서 벗어나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과 학교,연구소에 중점 지원하는 '선택과 집중'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임 혁 한국경제신문 벤처중소기업부장

▲사회=우리나라 산학 협력의 현주소를 어떻게 평가하나.

▲송재빈 중소기업청 기술경영혁신본부장=1993년 19개 대학,328개 기업을 대상으로 산학연 공동기술개발 컨소시엄을 구성해 산학 협력 사업을 실시한 지 벌써 14년째다.

초기에는 현장을 모르는 교수들이 와서 기술지도만 하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기업들이 직접 학교 내 창업보육센터로 들어가거나 부설연구소를 세우는 등 기술 개발은 물론 제품 상용화까지 함께 할 정도로 실효성이 높아졌다.

▲송혜자 여성벤처협회장=지금까지 정부가 대학에 지원을 해왔지만 실제 기업 입장에서는 피부로 혜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대학은 일반적으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등 대형 과제 개발을 선호하고 있어 정작 일반 중소기업이 참여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강신원 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우리나라 중소기업의 70% 이상이 연구기관의 기술 지원이나 공동 연구 경험을 전혀 갖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기술 수요와 공급 사이에 불균형이 존재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중소기업은 단기간에 사업화가 가능한 기술을 요구하는 반면 연구기관은 대개 3년 이상이 걸리는 중장기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 이 같은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사회=학교 쪽에서는 산학 협력 사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박진배 연세대 산학협력단장=학교와 기업이 서로를 진정한 파트너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기보다는 연구과제 예산을 따기 위해 어거지로 손을 잡는 경우가 아직도 있다.

개인적으로도 10여개 기업과 산학연을 해봤는데 1∼2개 외에는 100% 학교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기술 축적을 위해 자체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결과만 사용하겠다는 기업도 적지 않다.

▲이선교 넥스젠 사장=대학의 첫째 역할은 우수한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정부 연구소는 민간이 수행하기 어려운 국책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기업은 이들 인력과 기술을 바탕으로 돈을 벌어 세금을 내야 한다.

나는 창업하기 전에 캐나다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는데 한국에 들어와 보니 국책연구소 연구원들이 벤처기업 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국민 세금을 받아 개발한 신기술을 자신의 창업에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다른 경쟁 기업에는 분명 불공정한 게임이다.

산학 협력이 산학 경쟁이 돼 버려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송 본부장=정부가 한때 교수들의 창업을 장려한 것은 외환위기라는 특수한 경제상황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투자하지 않고 중소기업들이 무너져 대학 졸업생들 대부분이 실업자로 나앉아야 했다.

학교 자체적으로 소화하는 게 유일한 해법이었다.

지금은 경제 사정이 나아진 만큼 연구소 및 학교가 개발한 기술에 대한 소유 문제도 재정립돼야 할 것이다.

▲사회=산업계에서는 대학교육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송 회장=대학들도 정신차려야 한다.

예를 들면 한 기업이 만드는 소프트웨어에 버그가 났을 때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 학교에서부터 철저히 교육해야 한국 소프트웨어의 품질 불감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사장=대학의 본분은 역시 인력 양성이다.

우리나라 대학은 마치 학생들을 모두 대학교수로 만들려는 생각인 것 같다.

하지만 실상은 99%가 산업계로 가고 있지 않나.

세계적인 기술 트렌드를 따라가려면 기본적으로 해외 논문을 읽을 수 있어야 하는데 회사가 채용하자마자 6개월간 영어학원에 보내줘야 하는 등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기업들에는 너무 큰 비용이다.

▲사회=정부의 산학연 추진 방향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어떤가.

▲송 회장=과거 2000만∼3000만원 주고 산학 협력을 하던 것에 비해서는 사업 규모가 최대 2배 수준으로 늘어나기 했지만 아직도 멀었다.

기술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은 보통 수억원대다.

금액을 쪼개 무리하게 많은 지원 대상을 만들려고 하면 실제 수혜받아야 할 기업은 돈을 못 받고 장난치는 기업만 배불릴 수 있다.

안하는 것만 못하다는 얘기다.

또 산학 협력을 한 기업과 3년 이상 하지 말라는 것도 이상한 규정이다.

제대로 된 신기술을 개발하려면 보통 3년 이상 걸린다는 점을 모르는 것인가.

▲강 원장=가끔 한 기술에서 '넘버원'이 누구인지 기업에서 문의가 들어오는데 그럴 때마다 답답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실력자'를 선점하는 게 결국 시장 선점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런 정보를 매우 얻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특정 분야에서 '어느 학교 또는 연구소의 누구가 꼽힌다'라는 정보를 제공하는 자료 구축이 필요하다.

▲송 본부장=올해의 경우 산학연 협력 사업에 배정된 예산 531억원을 2514개 과제에 배분했다.

한 과제당 평균 2100만원 정도를 지원한 셈이다.

산학연이 보다 실효성을 가지려면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연구인력 자료 구축과 관련해서는 현재 '연구장비·인력종합시스템(trin.smba.go.kr)'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누가 권위자인지' 등 좀 더 개선된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은 따로 검토해 보겠다.

정리=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