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들이 상품권업체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정·관계에 수십억원대 로비를 벌인 단서가 포착됨에 따라 그동안 발행업체들을 둘러싸고 제기됐던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시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받으려고 60여개 업체가 뛰어들어 치열한 로비전을 펼쳤고 국회의원들과 문화관광부에도 상품권업체 지정을 원하는 청탁전화가 쇄도했다는 증언도 끊이질 않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검찰이 지난 압수수색 때 발부받은 영장에도 업체들의 금품로비 회계장부 조작,세금포탈 등의 정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이 같은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지난해 11월부터 상품권 비리의혹을 수사했던 동부지검으로부터 넘겨받은 수사자료에서도 일부 드러났다.

동부지검은 지난해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전 간부인 A씨가 상품권업체들로부터 수십억원의 자금을 모아 로비를 벌였다는 진술을 일부 업체 관계자들에게서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지검은 또 수사과정에서 상품권 발행업체인 B사의 대표 K씨가 상품권 지정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

K씨는 2003년 2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의 이사로 재직했던 인물.K씨가 운영했던 B상품권 업체는 2005년 3월 당시 상품권 인증 업체에 속했다가 허위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 심사에서 탈락했다.

B사는 그러나 상품권 발행이 '지정제'로 바뀐 뒤 심사를 통과해 '모종의 검은 커넥션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검찰은 B사가 '검은 돈'을 주고 받으며 정·관계 등에 로비를 벌였을 것으로 보고,자금 흐름 등을 추적할 계획이다.

이처럼 인증제가 폐지되고 지정제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허위자료 제출 등으로 인증이 취소됐던 업체 11곳이 무더기로 다시 지정됐다는 점에서 이들이 과연 공정한 심사를 거쳐 발행업체로 지정됐는지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상품권업체들의 이 같은 집단 로비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특수2부를 특별수사팀에 합류시키는 등 수사팀을 대폭 보강했다.

수사방향도 '상품권비리'와 '사행성게임' 등 두 갈래로 나눠 아예 특화시켰다.

특별수사팀에 추가 투입되는 검사는 모두 13명이다.

합류하는 수사인력만도 100여명에 달해 사행성 게임 비리 의혹 수사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상품권 지정과 유통 과정에 정치권 등 실세의 로비가 이뤄지고 조직폭력배가 개입했다는 등의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업무 분담 차원에서 전문수사 역량을 갖춘 특수 2부를 투입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특수2부는 상품권 발행업체들로부터 압수된 회계자료와 파일 등을 분석하고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우종식 한국게임산업개발원장 등 이날 출국금지된 관계자들을 조만간 차례로 소환해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이해찬 전 총리와 3·1절 골프파문을 일으켰던 박원양 삼미건설 회장도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우 원장의 경우 업체 대표들과 별도로 상품권 발행업무를 총괄 지휘한 위치에 있어 각종 의혹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검찰 조사가 진작부터 예상돼 왔다.

경품용 상품권 유통과 사행성 게임장 운영에 조직폭력배가 개입돼 있다는 의혹도 점차 베일을 벗고 있다.

검찰은 게임기 관련 비리와 상품권 관련 비리를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조직폭력배와 연관된 혐의가 포착될 경우 이에 관한 수사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초 국정원은 폭력배들이 사행성 게임장을 매개로 탈세 등 각종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지난달 청와대에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악 일소차원,사행성 게임장 폐해 근절 긴요'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는 "전남 영광파 중간보스 안모씨는 경품용 상품권 발행 3위인 H상품권의 전국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으며 서방파 부두목 오모씨는 하루 매출 1억~5억원의 무허가 카지노 2곳을 운영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국정원은 또 "불법 환전 등으로 인한 연간 세금 탈루액이 게임장 4조5000억원,성인PC방 4조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같은 보고서에서 밝혔다.

김현예·유승호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