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 컨설팅은 영화를 제작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만드는 이의 감정과 철학이 묻어나야 하고 흥행에도 신경써야 하니까요."

외식업 컨설팅 및 브랜드 개발업체 '장루하'의 유지영 대표(33)는 자신이 하는 일을 영화 만드는 일에 비유했다.

감독이 관객의 기호에 따라 시나리오를 보고 배우를 선택하듯 외식 컨설팅 역시 고객에 맞춰 식당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고 메뉴를 개발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유 대표는 20대 중반이던 1999년부터 외식업 컨설팅 사업을 시작했다.

장사가 잘 되지 않는 식당에 대해 인테리어부터 메뉴까지 전체적인 컨셉트를 잡아주고 경우에 따라서는 1년여간 위탁경영을 해주기도 했다.

"대학에서는 무용을 전공했지만 졸업 후 전통식품 기능인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이 분야에 뛰어들었습니다.

평창동에 있는 베이글 빵집을 위탁 경영한 것을 시작으로 압구정동의 'Tell Me About It', 청담동의 'Gourmet-T' 등 고급 레스토랑의 컨설팅을 주로 맡았습니다."

그는 2003년부터 2년간 외식업체인 주식회사 나무르에서 이사로 재직하며 테이크아웃 두부 전문점 '두부다'의 론칭을 담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직접 컨설팅 및 브랜드 개발 전문업체인 장루하를 설립해 지금까지 대표이사로 활동 중이다.

올해는 컨설팅에 그치지 않고 '부업으로' 자신이 직접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 '부엌과 서재사이'라는 레스토랑을 서초동에, 8월 초에는 '돼지라 불리는 고양이'라는 쿠키전문점을 홍대입구에 개업했다.

"제가 컨설팅 및 식당운영시 가장 유의하는 점은 해당 업체 주변의 고객들이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느냐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부엌과 서재사이'의 경우 고급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 책장 등을 설치하는 방법으로 지적인 느낌을 줬습니다.

반면 '돼지라 불리는 고양이'는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홍대입구의 특성상 핫핑크로 실내를 꾸미는 등 튀는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유 대표는 앞으로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외식업 관련 분야가 세분화 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 5일제가 정착되고 여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외식업도 전문화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는 레스토랑의 디자인 및 컨셉트를 정하는 사람과 운영을 담당하는 사람은 분리될 것입니다.

마치 디자이너와 옷을 제작하는 사람이 다른 것처럼 말이죠."

장루하에서 일하고 있는 두 명의 여직원은 유 대표의 남다른 열정을 높이 샀다.

미국 '코르동 블루'에서 요리를 전공하고 장루하에서 메뉴 선택과 조리법 개발을 맡고 있는 이주영씨(30)는 "7년 전 평소 친분이 있던 유 대표가 레스토랑 컨설팅을 하는 것을 보고 나도 이 분야에 뛰어들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미국 유학까지 다녀왔다"면서 "유 대표를 볼 때면 앞으로 국내에서도 외식 컨설팅 분야가 각광받을 날이 올 것이란 믿음이 생긴다"고 말했다.

'라퀴진 아카데미'에서 푸드스타일링을 전공한 뒤 올해 장루하에 합류한 김덕경씨(26) 역시 "대표님 밑에서 경험을 쌓아 그 분처럼 직접 음식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고 밝혔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