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생명공학 기업 '어드밴스트 셀 테크놀로지'(ACT)가 인간배아를 손상시키지 않고 배아 줄기세포를 길러내는 새로운 방식을 발표해 주목된다.

ACT사 연구진은 23일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논문을 통해 기존의 인간 배아줄기세포 배양 방식처럼 인간배아를 파괴하지 않고도 배아 줄기세포를 길러낼 수 있다고 발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서 그동안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져온 윤리 문제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로 연구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ACT사의 한국인 수석연구원 정영기는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이번에 개발한 새로운 배아줄기세포 배양방식의 핵심은 인간 배아의 초기단계에서 세포를 한 개만 떼어내 줄기세포로 키우는 것"이라며 "나머지 배아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성장해 원래 배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 연구돼온 배아줄기세포 배양 방법은 수정란으로 만든 배아나 체세포 핵이식 방식으로 만든 배아를 며칠동안 배양한 다음 파괴해 그 세포에서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해내는 것이기 때문에, 생명체를 파괴한다는 윤리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러나 로버트 란자 ACT사 대표는 새로운 줄기세포 배양 방식은 배아에서 극히 소량의 세포를 떼어내 배아 자체에 거의 영향을 거의 주지 않기 때문에 기존 방식이 야기해온 윤리 논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태아의 유전질환 여부를 진단하기 위해 일부 세포를 떼어내는 조사가 시행되고 있는 만큼 수많은 배아세포에서 한두개 세포를 떼어내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 연구원은 지난해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을 통해 유사한 실험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관련 전문가들은 새로운 배양 방식이 일부 가능성을 갖고 있으나, 배아를 파괴하게 되는 기존의 방식 만큼 효율적이지 않다고 지적했으며, 일부는 추출된 세포가 줄기세포로 자랄 경우 일란성 쌍둥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가톨릭 교회 및 미국 내 보수계는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반대해왔으며 특히 부시 대통령은 2001년 8월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하되 연방기금 지원을 당시에 이미 수립돼 있던 줄기세포주 연구로 제한, 연방기금이 새로운 줄기세포 연구에 투입되는 것이 금지돼 있다.

백악관의 한 대변인도 ACT의 새로운 방식에 대해 윤리문제를 극복하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을 "고무적인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새로운 방식이 기존의 정부 반대 입장을 해소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않았다.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