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은 해외기업이 본래 사업장이 있는 곳이 아닌 조세피난처 등 제3의 지역에 지주회사를 설립해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방식을 허용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연내 1~2개 중국기업의 국내 상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선 외국기업 증시 유치에만 매달려 장기적으로 상장 심사가 느슨해질 경우 투자자 보호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편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위는 23일 국내 증시에 직접 상장하기 어려운 외국 기업을 위해 제3의 장소에 지주회사를 설립한 뒤 지주사 주식을 상장할 수 있도록 공시 및 회계 관련 보완방안을 마련,시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관련 규정 및 증권선물거래소 상장심사지침은 늦어도 10월 중 개정돼 시행된다.

금감위 관계자는 "상당수 중국 기업들은 해외상장 절차의 복잡성 등으로 인해 한국 증시에 직접 상장하기보다는 해외에 지주회사를 만들어 상장하는 방식을 희망하고 있다"며 "증권시장의 안정적 성장과 증권산업 발전 차원에서 허용키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해외 기업의 국내 상장 유치와 관련,우리투자증권 등 국내 일부 증권사들은 5~6개 중국 기업(홍콩시장 상장사 포함)과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져 연말까지 1~2개사의 상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그러나 제3국에 설립된 실체없는 지주회사를 상장시킬 경우 자칫 투자자 보호에 커다란 구멍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조세회피지역에 페이퍼컴퍼니 성격의 지주회사를 설립해 상장한 뒤 대주주 변동이나 자금 조달,사업내용 등 중요 경영사항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을 경우 큰 혼란이 생길 수 있고 관리감독에도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금감위는 "공시와 회계 관련 보완 방안을 준비해 강력한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며 "지나친 우려"라고 주장했다. 외국 지주사 상장 때 중국 등 해당국에 실체를 가진 자회사와 협의·실사·확인 등의 절차를 거쳐 추진하는 한편 국내와 동일한 수준의 정상적인 주주권 행사와 투자자 보호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상장을 불허한다는 방침이다.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회계법인의 회계감사를 받도록 하는데다 주간 증권사가 총액 인수를 하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