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용 게임기는 게임장 안쪽 한 켠에 그냥 쌓아 놓고만 있습니다."

23일 오후 찾아간 서울시 서초동의 한 성인 게임장 '바다이야기' 업주는 게임장마다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돼 있는 청소년 게임장의 위치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그는 "법으로 청소년 게임장을 함께 설치하라고 해 형식적으로만 만들어 놓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문화관광부의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게임장 전체 면적의 40% 이상을 반드시 청소년용 게임장으로 만들고 청소년이 이용할 수 있는 게임기를 설치하도록 돼 있다.

게임장 업주들은 이 조항이 현실을 모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꼬았다.

게다가 문화관광부는 오는 10월29일부터 사행성 근절과 게임산업 진흥을 명분으로 이 비율을 60%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혀 더 큰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청소년 게임장을 구색 맞추기로 성인오락실 한쪽 구석에 두고 있으며 아예 청소년용 게임기가 없는 게임장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김민석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장은 "청소년 게임장의 비율을 높이는 것은 게임장의 수익성을 떨어뜨려 업주들에게 불법 영업의 유혹만 불러일으킬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 신림동의 한 게임장 업주는 "청소년 게임장을 함께 두면 여기에 들어온 청소년들이 칸막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사행성 게임에 호기심을 느끼지 않겠느냐"며 "이는 청소년까지 사행성 게임장에 노출시키는 결과만 낳을 뿐"이라고 비난했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단지 설치 비율만 정해 놓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청소년들이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유지되도록 사후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