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에 불참한 조합원은 작업 현장에서 영구히 퇴출시킨다.

외지에서 온 조합원도 마찬가지다.'

포항지역 건설노조 홈페이지에 떠있는 문구다.

건설노조가 노조원이 아니면 고용할 수 없도록 한 '독점적 노무공급권'을 무기로 파업에 불참하면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조합원들을 위협하며 두 달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포항지역 건설노조원 이모씨(50) 등에 따르면 노조 지도부가 파업기간 중 작업 현장에서 두 번 이상 일하다 적발되거나 파업에 완전 불참한 조합원의 노조원 자격을 영구 박탈하고,작업 현장에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엄중 조치한다는 조합원 징계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건설노조 홈페이지에도 올라와 있다.

심지어 여수 전남동부 울산 등 다른 지역의 건설노조 지도부가 포항에 와서 일하는 해당 지역 노조원들이 파업에서 이탈할 경우 포항건설노조처럼 중징계하겠다며 포항건설노조 파업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포항건설노조는 또 파업 참여 정도에 따라 6개월∼1년 등 일정기간 조합원 자격을 정지하는 등급을 매겨가며 조합원 관리에 나서고 있다.

일반 조합원들은 단체협약상의 '조합원 우선 채용'이라는 독점적 노무공급권에 의해 노조원 자격이 박탈되는 순간 일자리도 잃게 되는 구조 때문에 파업에 염증을 느껴도 일자리를 보장받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노조가 6월 말 파업에 앞서 이 같은 조합원 징계방안을 놓고 찬반투표를 실시,57%의 낮은 찬성률로 가결됐다.

찬성률이 60%도 안 된다는 것은 노조가 일자리를 볼모로 파업 참여를 강요하는 것에 일반 조합원들의 불만이 많음을 반증한다.

포항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노조가 고용보장 등을 내세워 파업을 벌이면서 정작 근로자들의 일할 자유와 권리를 무한 침해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비민주적인 행위"라며 "조합원들이 두 달간 이어지는 파업으로 생활고에 직면해 있으며 조합원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은 작업현장으로 하루빨리 내보내는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건설노조원 강모씨(49)는 "지난달 포스코 본사를 점거했던 노조원들이 오죽하면 강성지도부의 눈을 피해 위험을 무릅쓰고 6층 배관을 통해 탈출했겠느냐"면서 "파업에 지친 조합원들이 지도부 눈치만 보며 사태가 하루빨리 끝나기만 기다리는 등 내부 동요가 심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두 달여간 계속된 파업으로 월급 한 푼 받지 못해 극심한 생활고에 직면해 있다.

반면 포스코는 이날 23일 파업에 단순 가담한 일반 근로자들에게는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않겠다고 공개했다.

이에 따라 파업을 중단하고 일자리로 돌아가려는 조합원이 늘어나고 있으나 노조 강성지도부 및 민노총은 이들을 볼모로 파업을 지속하고 있어 노노 간 마찰이 예상된다.

노조 강성지도부 등은 △이지경 노조위원장 등 58명 조합원의 사법처리 철회 △포스코의 손배소의 철회 △조합원 하중근씨 사인 규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조합원은 "노조 간부들만 살려고 선량한 노조원을 볼모로 삼을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포항지역 건설노동조합 파업불참 조합원 징계방안>

*
포스코 현장의 모든 조합원은 조기출근, 잔업 및 휴일 근무를 전면 중단한다(투쟁지침 1호).
*투쟁지침 1호를 위반한 조합원은 아래처럼 징계한다.
-1회 적발 시: 일하고 있는 현장에서 바로 퇴출.(퇴출 후 다른 현장에서 일하는 것은 인정)
-2회 적발 시:노동조합 조합원 명부에서 제명.건설현장에서 두 번 다시 발을 못 들이도록 완전 퇴출
-투쟁지침에 위배되는 작업지시를 강요하는 자도 같은 징계 적용

*참고:포항지역 건설노조 홈페이지 내용임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