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식 쏘렌토 오너인 회사원 김모씨(32).요즘 자동차 대신 버스나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날이 점점 늘고 있다.

경유값이 급격하게 치솟은 탓이다.

2년 전만 해도 1년에 200만원이면 충분했는데,올해는 이달 중순까지 들어간 기름값만 벌써 180만원이 넘는다.

이대로 가다간 연말까지 270만~280만원을 기름값으로 써야 할 판이어서 차를 몰 엄두가 나지 않는다.

천정부지 경유값,애물단지로 변한 SUV

김씨와 같은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소유주들은 최근 '아! 옛날이여'를 외치고 있다.

휘발유(가솔린) 차량에 비해 메리트가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당연히 국내 SUV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팔린 국산 SUV는 총 11만1826대.12만4585대가 팔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2% 줄었다.

7월에는 SUV 판매량이 1만5439대에 그쳐 작년 동기(2만1400대)보다 27.9%나 급감했다.

SUV 시장을 침체시킨 주범은 경유값 급등.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8월 셋째주 전국 평균 경유값은 ℓ당 1300원으로 2년 전(963원)보다 35%나 올랐다.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가격(1548원)의 83.9%에 달한다.

정부가 휘발유 대 경유 대 LPG의 소비자 가격을 내년 7월까지 100 대 85 대 50으로 조정하기로 했지만 경유값은 벌써 목표치에 근접했다.

연비가 ℓ당 13km인 기아 스포티지(2.0 디젤 오토)를 1년간 2만km 운행할 경우 2004년 148만원에 불과하던 기름값은 올해 200만원으로 52만원이나 더 들어간다.

여기에 내수 침체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승용차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SUV를 외면하고 있는 것도 시장 침체의 이유로 꼽힌다.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LPG차량

최근 출력과 연비를 개선한 LPG 차량들이 속속 등장,고유가 시대의 대안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LPG차는 그동안 '연료비는 싸지만 연비가 나쁘고 힘이 없는 차'로 여겨져 왔지만 최근 엔진제조 기술의 발달로 성능이 대폭 향상됐다.

달라진 LPG차의 선두 주자는 지난 4월 나온 기아의 미니밴형인 뉴카렌스(2000cc).이 차량은 최고 출력과 연비가 각각 136마력,8.1km/ℓ(자동 기준)로 이전 모델인 카렌스Ⅱ보다 10.6%와 15.7% 좋아졌다.

뉴카렌스의 경우 연간 2만km 주행시 유지비(기름값)가 183만원으로 동급 배기량의 경유차보다 17만원,휘발유차보다 100만원 이상 덜 들어간다.

이 때문에 뉴카렌스 판매량은 5월 3980대,6월 3923대,7월 2386대로 작년 같은 시기의 854~1381대보다 훨씬 늘었다.

올 들어 7월까지 누적 판매량(카렌스Ⅱ 포함)은 1만2194대로 작년 연간 판매량(1만1586대)을 이미 넘어섰다.

앞서 르노삼성도 작년 9월 출력과 연비를 향상시킨 첨단 LPLi 엔진을 장착한 뉴SM5 택시를 선보였다.

SM5의 LPLi 엔진은 기존 LPG 엔진보다 13% 높은 136마력의 최고 출력과 8.8km/ℓ의 연비(자동 기준)를 갖췄다.

GM대우의 미니밴 레조도 잘 팔린다.

올 들어 판매량이 △1월 253대 △2월 265대 △3월 270대 △4월 319대 △5월 454대 △6월 374대 △7월 404대로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2000cc급 레조는 같은 배기량의 중형 세단보다 차값이 600만원가량 싸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